최종예선 A조 2위 '4승2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청신호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 후반 벤투 대한민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보이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도하(카타르)=뉴스1) 이재상 기자 = 결과적으로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집이 옳았다. 부임 초기부터 계속해서 공들였던 '빌드업' 축구는 이제는 태극전사들에게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우직하게 밀어붙였던 벤투 감독의 축구 색깔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욱 명확해 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한국은 4승2무(승점 14)를 기록, 이란(5승1무·승점 16)에 이어 A조 2위에 자리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3위인 아랍에미리트(UAE·승점 6)와는 승점 7점 차이다.
고무적인 것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대표팀의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한 전방 압박을 토대로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벤투 감독의 축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 9월 국내에서 열린 최종예선 1~2차전만 해도 조직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라크와의 첫 경기(0-0 무)에서 상대의 질식 수비에 막혀 졸전 끝에 비겼고, 이어진 레바논전에서도 권창훈(수원)의 득점으로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태극전사들은 10월부터 서서히 힘을 내기 시작했다.
10월 시리아전에서 후반 43분 터진 손흥민(토트넘)의 극적인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원정 팀의 무덤으로 꼽히는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에서 이란과 1-1로 비기면서 상승세를 탔다.
항상 고전했던 이란 원정에서 손흥민이 선제골을 기록하고 종료 직전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벤투호는 황의조(보르도)와 김영권(감바오사카)이 빠지면서 우려를 낳았던 11월 2차례 최종예선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본선 진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공수의 주축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조규성(김천)과 권경원(성남) 등 준비된 자원들이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무엇보다 꾸준히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이해하는 선수들과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마다 강조하는 단어가 '프로세스(과정)'다.
16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를 마친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17/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그는 이번 이라크전을 앞두고도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긴 프로세스를 함께한 선수들이 많이 때문에 우리가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라크전 승리 이후에도 "앞으로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해외파의 경우 대표팀 소집 이후 길어야 하루 또는 이틀 밖에 호흡할 시간이 없는데, 벤투의 빌드업 축구 스타일을 선수들이 이해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언제 대표팀에 합류해도 일관성 있는 시스템 속에서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적응하기 편한 모습이다.
실제 '벤투호'의 그라운드 훈련은 1시간에서 1시간20분으로 짧은 편이다. 그라운드 훈련만큼이나 비디오를 통한 전술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현장에서 지켜본 벤투 감독은 명확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빌드업 축구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방 압박을 통한 수비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 높은 볼 점유율을 활용한 축구를 펼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깜짝 교체 등은 없지만, 안정감을 바탕으로 전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벤투의 축구다.
2014년과 2018년 두 번의 월드컵 등을 경험했던 수비수 이용(전북)은 "오히려 과거보다 전체적인 흐름은 지금이 더 좋다. 우리 만의 색깔을 가지고 경기를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장 손흥민은 '팀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오히려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렇게 부족했던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반문했다. 손흥민은 말 속에는 벤투 감독을 향한 신뢰가 느껴졌다.
손흥민은 "(대표팀이)계속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과 더 좋은 플레이를 통해 최고의 모습으로 최종예선을 마무리 하겠다"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하고 있다. 2021.11.1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