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찬(왼쪽)과 박정수는 7개월 간격으로 FA 보상선수로 NC를 떠났다. /사진=뉴시스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데려온 두 선수. 목적은 달성했지만 NC 다이노스는 채 2년도 되지 않아 이들 모두와 이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NC로 FA 이적한 손아섭(33)의 보상선수로 지난달 31일 투수 문경찬(29)을 지명했다. 롯데는 "플라이볼 투수인 문경찬이 내년 넓어진 사직구장을 홈으로 쓴다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NC는 문경찬을 데려온 지 1년 4개월 만에 다시 내주게 됐다. 2020년 8월 12일, NC는 KIA 타이거즈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문경찬과 우완 박정수(25)가 NC로, 우완 장현식(26)과 내야수 김태진(26)이 KIA로 이적했다. 김종문 당시 NC 단장은 "불펜에서 활약할 수 있는 즉시 전력 투수를 확보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경찬은 바로 전 시즌인 2019년 54경기에 등판, 1승 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도약했다. 비록 2020년에는 트레이드 전까지 평균자책점 5.25로 다소 부진했지만 '급'이 있는 선수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권에 도전하던 NC는 당시 마무리 원종현(34)이 큰 짐을 지던 불펜진 보강에 나섰고, 문경찬이 그 주인공이 됐다.
기대대로 문경찬은 NC의 통합 우승에 큰 도움을 줬다. 새 유니폼을 입은 문경찬은 이적 후 2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11홀드를 적립하며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이닝 1실점에 머물렀지만 문경찬이 없었다면 시즌 후반 불펜의 과부하가 우려됐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평가됐다.
2021년 홀드왕에 오른 KIA 장현식. /사진=KIA 타이거즈그런 문경찬이 롯데로 이적함으로써 2대2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는 모두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앞서 박정수는 지난해 5월 FA로 영입한 이용찬(32)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7개월 간격으로 둘 모두 FA 보상선수로 구단을 떠나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경찬의 트레이드 상대였던 장현식과 김태진은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장현식은 69경기에서 34홀드로 생애 최초로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김태진 역시 개인 통산 가장 많은 타석(414)을 소화하며 내야진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NC는 우승을, KIA는 홀드왕을 얻은 셈이다. 물론 NC는 우승이라는 최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경찬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아깝다'는 말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또한 둘이 보상선수로 이적하며 다른 젊은 투수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윈나우'를 위해 단행한 트레이드는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희생을 담보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KIA가 뒷문 보강을 위해 김세현(34)을 받으면서 유망주 이승호(22)를 넥센(현 키움)에 내준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다. 트레이드의 목적이 확실했고, 그 해 KIA는 원하던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