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보다 더욱 재미있는 스토브리그.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2022년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더 역대급이 될 지도 모르는 FA 시장이 기다리고 있어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올 겨울 FA 시장에서는 14명에게 총 971억원이 풀렸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금액(종전 2016년 766억 2000만원)을 이미 경신하며 역대급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 최재훈(5년 54억원)을 시작으로 LG 박해민(4년 60억원), NC 박건우(6년 100억원), 삼성 백정현(4년 38억원), 두산 김재환(4년 115억원), LG 김현수(4+2년 115억원), KT 장성우(4년 42억원), KIA 나성범(6년 150억원), 삼성 강민호(4년 36억원), NC 손아섭(4년 64억원), KIA 양현종(4년 103억원)이 차례로 도장을 찍었다. 이어 황재균이 KT와 4년 총액 60억원에 계약하고 잔류했다. 키움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 같았던 박병호는 3년 총액 30억원에 KT로 이적했으며, LG가 허도환을 2년 총액 4억원에 영입했다. 이제 올해 FA 시장에 남은 선수는 단 1명으로 롯데의 정훈뿐이다.
2023년 FA 시장에서는 올해보다 훨씬 많은 자원들이 시장에 나와 그 파괴력에 관심이 쏠린다. 2022 시즌이 끝난 뒤 시행되는 FA 기간 단축으로 2년 치 매물들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KBO는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샐러리캡 시행과 함께 현행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원래대로라면 2023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어야 할 선수들이 당장 내년 시즌만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한다.
부상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FA 최대어의 자리는 양의지(NC)가 예약 중이다. 양의지는 2018 시즌을 마친 뒤 두산에서 NC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125억원의 잭폿을 터트렸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4년 계약이 만료된다. 여기에 투수 최대어로는 키움 히어로즈의 한현희와 NC 다이노스의 심창민이 나란히 대기하고 있다. 박민우(NC)와 서건창(LG)도 내야 FA 자원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어 2024년 FA 선수들까지 시장에 참전한다. 201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 올해로 8년차가 되는 구자욱을 비롯해 임찬규, 유강남, 채은성(이상 LG), 박세혁(두산) 등이 시장에 합류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30명 이상의 FA가 시장에 풀리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물론 면면을 놓고 보면 S급과 같은 초대형 FA 선수들은 올해보다 적을 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상 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알찬 중소형 FA 자원들이 많다. 올 겨울 투수로는 백정현(삼성)이 유일하게 FA 자격을 취득했다. 외야 쪽에 대어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풀리면서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구단들은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투수와 포수를 비롯한 전 포지션에 골고루 매물들이 나와 구단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2023년 지켜야 할 내부 FA들이 많은 LG와 NC, 삼성, 그리고 이미 장기 계약으로 예비 FA를 눌러앉힌 SSG와 나성범과 양현종에 많은 실탄을 투자한 KIA 등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도 관심사다. 반대로 당장 올해 지갑을 닫고 시장을 관망한 한화와 롯데가 오히려 내년에는 큰손으로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한화는 지난해 수베로 신임 감독이 부임한 이후 최소 2년 정도는 리빌딩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만약 한화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성공적인 리빌딩을 보여준다면 올해 KIA가 그랬던 것처럼 FA 시장서 승부수를 던질 여건이 만들어진다. 롯데 역시 올 겨울 아꼈던 실탄을 내년에는 다양한 포지션에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례가 없는 FA 자원들이 쏟아질 2023년 FA 시장을 통해 과연 KBO 리그 10개 구단 전력은 어떤 형태로 재편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