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선수 영입이 아주 어려울 것”이라던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신규 외국인 선수들의 ‘급’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100만 달러 상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국인 영입 시장에서의 고전은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었다. 우선 미국 사정이 좋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큰 변수를 안은 메이저리그(MLB)는 최대한 좋은 선수들을 모아두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선수들의 발이 묶이는 상황을 똑똑하게 확인한 MLB 구단들이다. 예비 자원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어느 정도의 이적료를 받고 팔 선수들도 꽁꽁 묶었다는 후문이다. 아예 협상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일부 풀리는 선수들도 일본으로 많이 향했다. 일본 구단들도 예년에 비해 같은 급의 선수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한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탓에 KBO리그 구단들은 도미니카나 멕시코 등 일본 팀들이 주목하지 않는 틈새시장까지 찾아야 했다.
선수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이 있으니 영입은 더 어려워졌다. 100만 달러에는 연봉과 인센티브는 물론 계약금과 세금까지 포함이다. 이 때문에 올해 같은 시세에서는 이적료를 줘야 하는 선수들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웠다. 한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일본 구단들이 이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100만 달러밖에 못 주니 거기에 맞춰 전략을 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에 맞게 100만 달러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불만이 많이 나온다. 100만 달러 상한제는 KBO리그 구단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전에는 선수가 한국에 오고 싶어도 MLB 구단들이 이적료를 필요 이상으로 너무 세게 불러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굳이 팀에 필요한 선수도 아닌데 동양으로 갈 만한 선수들을 죄다 묶어 ‘이적료 장사’에 활용했다.
하지만 100만 달러 상한제가 있으면 그에 맞춰 협상이 가능했다. 실제 MLB 구단들이 부르는 이적료는 예전보다 하향 조정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제는 이적료가 문제가 아닌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당분간은 외국인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문제의식을 부채질한다.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100만 달러 상한제가 없어도 어차피 일본 구단과 돈 싸움으로 붙어 이기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100만 달러 상한제가 MLB 구단 및 에이전트와 협상력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 또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다 같은 조건에서 프런트의 역량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 또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2023년부터 도입될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전체 400만 달러) 상황에서 ‘100만 달러 상한제’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400만 달러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구단들이 유기적으로 자원 배분을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도 교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구단들로서는 규제를 하나라도 풀어야 전략 수립이 원활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극단적으로 설명할 때, ‘에이스’가 정말 필요한 팀은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200만 달러를 주고, 남은 200만 달러로 두 자리를 채우는 게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만고만한 A-B급 선수로 세 자리를 채우는 것보다는, S급 선수를 영입했을 때 리그의 질이 올라가고 팬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의견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