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33·LG)이 올 겨울, FA(프리에이전트) 권리 행사를 포기한 진짜 이유를 밝혔다.
LG의 스프링 캠프가 차려진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15일 만난 서건창은 "비시즌 기간 동안 제 자신을 되돌아봤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냉정하게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진단했다. 제대로 저를 돌아본 겨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참 많은 일을 겪었던 서건창이었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활약했던 그는 지난해 7월 정들었던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됐다. 매 시즌 LG의 약점 포지션으로 꼽혔던 2루를 보강하기 위해 선발 투수 정찬헌까지 내주며 단행했던 1:1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성적은 서건창 본인에게 있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 경기(144경기)에 출장했으나 타율 0.253(513타수 130안타), 6홈런 52타점 78득점 12도루 OPS 0.693을 기록했다.
그는 "기본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접근 방법에 있어, 심리적인 면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되돌아오는 작업들을 했다. 여러가지가 얽히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되돌아본 뒤 "주위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 이제는 말보다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올 겨울 FA 시장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건창 역시 지난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획득했다. 본인만 원했다면 시장에 나가 당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FA 신청을 하지 않고 과감하게 'FA 재수'를 택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제 모습을 잘 안다"고 입을 연 그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생각보다 고민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제 자신이 마음에 안 들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상의는 하긴 했다. 그러나 제가 결정하는 데 있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키움 시절, 서건창의 연봉은 3억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초유의 연봉 자진 삭감이라는 결정과 함께 2억 2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4월 그는 연봉 삭감 배경에 대해 "향후 더 나은 상황을 위해 에이전트와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LG와 3500만원이 오른 2억 6000만원에 서명했다. 지난해 연봉이 삭감된 부분이 올해 반영됐던 걸까. 하지만 서건창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다"면서 "(지난해 연봉 삭감은) 이전 팀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게는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지나간 것에 대해 생각한다거나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 시즌 LG는 재차 우승에 도전한다. 서건창은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해가 갈 수록 강해지는 것 같다. (허)도환이 형이랑 돌고 돌아 다시 만났는데, 우승을 2차례 했다고 자랑하더라"며 웃은 뒤 "신구 조화도 그렇고 모든 게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잘하고, 잘 알고 하는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왔다. 저희 팀의 큰 무기이지 않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후배들은 선배를 따르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끌어줄 것이다. 팀에 베테랑이 많은 건 장점이라 본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 등 그런 부분들을 극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