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을 던질 때는 나름 긴장한 기색이 있었다. 팔을 한 번 풀어보다, 다시 자세를 잡기도 했다. 공이 마음대로 가지 않자 살짝 고개를 젓기도 했다. 중간에는 "잠깐 쉬자"는 메시지를 포수에게 보냈다. 박종훈(31·SSG)의 불펜피칭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류선규 단장, 김성용 R&D 센터장, 조영민 육성팀장, 브랜든 나이트 퓨처스팀 투수 코치, 정상호 배터리 코치, 그리고 박종훈의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최현석 컨디셔닝 코치까지 모든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박종훈은 이날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 이후 처음으로 45개의 불펜투구를 진행했다. 12일 40개를 던진 뒤 이틀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슬슬 팔에 부하가 걸릴 타이밍이었다.
다행히 박종훈의 공은 갈수록 힘이 붙기 시작했다. 제구도 좋았다. 마지막에는 현재 자신이 낼 수 있는 100%의 힘으로 포수 미트를 조준했다. "좋다"는 탄성이 나왔고, 박종훈은 첫 공과는 다른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45번째 공을 던졌다. 큰 문제는 없었다. 최현석 코치와 웃는 얼굴로 대화하는 박종훈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관계자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작은 통증 하나조차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박종훈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결국 100%의 힘으로 지정된 투구 수를 마쳐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 찾아올 그 과정을 끊임없이 이겨내야 한다는 걸 잘 안다. 박종훈은 아직 감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전체적인 팔꿈치 상태는 좋다고 웃어보였다.
팔꿈치에 처음으로 통증을 느낀 건 수술 직전이 아니었다. 그 전부터 조금은 통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 통증은 원래도 있었던 것이라 쉬고 던지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버티던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고, 그대로 수술대에 올랐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루한 재활이 이어졌다.
박종훈은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첫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박종훈은 "3m 던지기였다. 그것도 사람 얼굴 쪽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발쪽으로 뚝 떨어지게 던져야 했다"고 떠올렸다. 3m면 어린 아이도 던질 수 있는 거리. 불안감도 있었고, 답답함도 있었고, 자괴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이를 이겨냈다. 효율적인 재활을 위해 아예 강화SSG퓨처스필드 숙소에 들어갔다. 숙식을 하며 재활에만 매달렸다.
같이 재활을 하는 이건욱 조영우와 같은 후배들은 물론, 한창 어린 후배들까지 박종훈의 운동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누가 봐도 열심히 했고, 그 결과가 순조로운 재활이다. 지금까지는 일정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왔다. 최현석 코치가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진심을 전할 정도다.
이제 재활 과정은 60% 정도가 끝난 상황. 박종훈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상태가 좋다. 말끔하다"고 했다. 예전의 통증과는 결이 다르다. 재활을 마무리하면 생생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마음속에 피어오른다. 박종훈은 그렇게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이제 조금씩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박종훈은 "마흔까지는 해야 한다. 그 뒤까지 하면 후배들한테 욕을 먹는다"고 농담을 섞어 껄껄 웃었다. 지금의 새로운 팔꿈치 인대라면,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종훈은 계약 시점만 놓고 보면 비FA 다년계약 1호다. 그러나 이제 시선은 첫 5년 계약에 머물지 않는다. 5년을 잘하고, 그 다음도 보고 싶다. 박종훈이 오늘도 재활 및 치료 기구와 씨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