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했음에도 침묵을 지켰던 아나톨리 티모슈크(42·우크라이나)가 끝내 자국 축구계로부터 영구제명됐다.
우크라이나 축구협회(UAF)는 9일 “전 국가대표 선수인 티모슈크가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 클럽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코치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에 규율 위반으로 보고 제명하기를 요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티모슈크는 우크라이나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1995년 우크라이나 볼린 루치크에서 프로 데뷔해 샤흐타르 도네츠크, 제니트, 바이에른 뮌헨, 가이라트에서 뛰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에도 발탁돼 16년간 공식전 144경기에 나서 국가대표 최다 출전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티모슈크는 이달 초 자국민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가운데 곳곳에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티모슈크는 제니트의 코치로 일하면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티모슈크의 행동은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일하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안드리 보로닌 코치가 “조국에 폭격을 가하는 나라에서 더는 일할 수 없다”며 사임하고 곧바로 러시아를 떠난 것과 대비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티모슈크가 끝까지 어떠한 말이나 행동도 보이지 않자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 후배들까지 직접 나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인이 맞나?”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결국 UAF는 징계 규칙 제 62조에 의거하여 윤리 및 페어플레이 위반으로 티모슈크를 직접 처벌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처벌이 받아들여지면서 징계가 적용된다면 티모슈크는 프로 코칭 라이센스는 물론이고 그 동안 받은 명예 칭호 및 표창도 박탈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뛰던 시절 기록과 수상 기록은 물론, 국가대표팀 기록도 삭제돼 우크라이나 축구계에서 제명이나 다름없는 처분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