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미란다가 없는데, 스탁이 외국인 투수로서 자기 몫을 해주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에이스 선구안을 또 한번 증명했다. 올해는 파이어볼러 로버트 스탁(33)이다. 스탁은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8피안타 5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와 인연은 없었지만, 스탁은 상대 에이스 양현종(7이닝 1실점)과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경기 내내 팽팽한 흐름을 끌고 갔다. 덕분에 두산이 4-3 승리로 2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탁은 이날 113구 역투를 펼쳤다. 주 무기 직구(72개)를 가장 많이 활용하면서 최고 구속 156㎞, 평균 구속 151㎞를 기록했다. 여기에 130㎞ 중반대 슬라이더(21개)와 체인지업(11개), 포크볼(5개), 슬라이더(4개) 등을 섞어 3연승 상승세를 탄 KIA 타선을 이겨냈다.
파이어볼러의 진가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 김도영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류지혁과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두 타자 다 변화구가 맞아 나갔다. 1사 1, 2루 위기에 KIA에서 가장 껄끄러운 타자 나성범을 만난 스탁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나성범 전까지 103구를 던졌는데도 구속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나성범에게 던진 9구 가운데 8구가 직구였고, 106번째 공은 시속 156㎞가 찍혔다. 직구를 계속 파울로 걷어내던 나성범도 결국 풀카운트에서 9구째 시속 153㎞짜리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탁은 2사 1, 2루까진 버텼으나 최형우에게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얻어맞아 1-2 역전을 허용했다. 노련한 최형우가 스탁의 초구 직구를 받아쳤다. 113구를 던진 스탁은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에서 권휘에게 공을 넘겨줬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투구를 펼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뒤 "스탁이 오늘(20일)도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며 제 몫을 완벽히 해줬다"고 칭찬했다.
스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하며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최고 시속 162.5㎞짜리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 경험이 대부분이고,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이력 등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고작 4경기라고 해도 스탁은 시즌 전 우려를 거의 지웠다. 2승, 25⅓이닝,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고 있다. 볼넷 11개, 삼진 23개로 제구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이닝이터 능력을 보여줬다. 기존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스탁이 등판한 4경기 모두 두산이 승리를 챙긴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
김 감독은 두산이 9승6패로 4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스탁이 계속 내용이 좋다. 지금 미란다가 없는데, 그래도 스탁이 자기 몫을 해줘서 초반이지만 팀이 처지지 않고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영하, (최)원준이, (곽)빈이까지 셋이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 몫을 해주고 있어서 지금 그래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2015년 김 감독이 부임한 이래 외국인 원투펀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시즌이 거의 없었다.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 미란다까지 두산 에이스로 뛰는 동안은 모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16년 니퍼트, 2019년 린드블럼, 2021년 미란다는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2선발로 영입한 마이클 보우덴, 세스 후랭코프, 크리스 플렉센, 워커 로켓 등도 다른 팀 에이스들 못지않은 활약으로 두산이 지난 7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 스탁이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명가 계보를 이을 준비를 시작했다. 144경기를 완주했을 때도 스탁은 시즌 초반의 스태미나를 유지하며 두산의 8년 연속 한국시리즈 대기록 도전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