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부상 병동인데, 또 한 명이 다쳤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던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에게 또 시련이 닥쳤다. 황재균(35)의 부상으로 어렵게 짜여진 중심타선이 붕괴될 전망이다.
KT는 올 시즌 박병호(36)를 영입하면서 2연패를 노렸다. 마운드에서는 큰 이탈이 없고, 오히려 타선을 보강하면서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런데 개막하기도 전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천재타자 강백호(23)가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이탈하고 말았다. 강백호-박병호-헨리 라모스로 이어지는 막강 중심타선은 써보지도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에는 라모스마저 다쳤다. 그 역시 발가락 골절 부상이다. 이렇게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가라앉아있던 KT는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선발이 탄탄하고, 박병호를 중심으로 타자들이 힘을 내준 덕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연승을 달리는 등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다. 4월말 들어 중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5월 들어서도 이강철(56) 감독의 근심이 마를 새가 없다. 또 부상자가 생겼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맞대결. 6회말이었다. 첫 타자 안권수가 친 타구가 빠르게 3루수 쪽으로 향했다. 황재균이 이를 받아내려다가 글러브를 착용한 왼손에 공을 맞고 말았다. 황재균은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한 채 쓰러졌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을 호소한 황재균은 결국 오윤석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봤을 때 심상치 않은 부상인 것 같았다.
KT 관계자는 "수비 도중 타구에 좌측 손바닥(엄지손가락 아랫부분)을 맞았다. 올림픽병원으로 이동 후 X-레이 촬영 예정이다"고 상태를 전했다.
경기가 끝난 후 황재균의 소식이 추가적으로 업데이트됐다. 다행히 골절 부상은 피했다.
최근 황재균은 3번 타순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타율 0.353 4타점을 기록 중이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좋은 투수를 만나면 연속 안타를 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2번 타순에 작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황)재균이가 감이 좋은 상황에서 작전을 맡기기에는 좀 아까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황)재균이를 3번으로 이동시키고 (김)민혁이를 2번으로 넣은 것이다. (황)재균이가 앞에서 (박)병호를 받쳐주고 뒤에서는 타격감 올라온 (장)성우가 있다보니 투수들이 쉽게 거를 수 없는 타선이 돼서 시너지효과가 나온다. 당분간 클린업은 이렇게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그래도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고 있는 KT에 황재균의 부상까지 더해져 또 비상등이 켜질 뻔 했다. 황재균이 출전할 수 있을지는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겨우 맞춰진 중심타선이 다시 해체될 전망이다. 정말 KT에 근심이 마를 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