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팀 불펜 평균자책점 1위로 최강 허리를 자랑하는 LG가 무너졌다. 예상치 못한 큰 것 한 방이 잇달아 나오면서 손을 쓸 틈이 없었다.
LG 트윈스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8로 패했다. 2위 LG는 7연승을 마감, 72승1무43패를 마크했다. 반면 SSG는 78승1무39패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두 팀의 승차는 종전 4경기에서 5경기로 벌어졌다.
LG로서는 SSG와 승차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비록 SSG 선발이 리그를 대표하는 최강 김광현이긴 했지만, LG도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 사령탑인 류지현 LG 감독 역시 "팀이 상승 그래프에 있다. 두려움 없이 해왔던 대로 할 것이다. 준비한 대로 한다면 좋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올 시즌 개인 커리어 최초로 한 시즌 10승을 달성한 이민호가 출격했다. 더욱이 이민호는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SSG 상대로 2경기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로 좋았다.
출발은 완벽했다. 이민호는 1회초 추신수-최재훈-최정으로 이어지는 1,2,3번을 모두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2회부터 실점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뒤 1사 후 한유섬에게 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LG 벤치의 계산에는 없었던 뜻밖의 홈런포였다.
만약 이민호가 제구가 흔들리는 등 난조를 보이는 모습이 확실했다면 LG 벤치는 좀더 승부수를 빨리 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민호의 공은 확실히 힘이 있었다. 3회 이민호는 이재원에게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추신수는 2루수 뜬공 아웃. 그런데 이번에는 후속 최지훈에게 우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점수는 순식간에 4-0이 됐다. 투수 교체를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계산에 없던 큰 것 한 방이 또 나온 것이다.
사실 지난달 31일 LG는 이민호가 선발로 나섰던 잠실 NC전에서 벌떼 불펜 작전을 활용한 바 있다. 당시 이민호가 3⅔이닝 투구를 마친 뒤 최성훈(⅓이닝)부터 이우찬(1⅔이닝), 송은범(1이닝), 김대유(⅓이닝), 정우영(⅓이닝), 진해수(⅔이닝), 고우석(1이닝)까지 7명을 쏟아부었는데 모두 무실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미 4점을 허용한 상황. LG는 막강한 불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믿었던 불펜이 말을 듣지 않았다. 4회에는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최성훈이 몸에 맞는 볼 1개와 실책 1개로 난조를 보인 끝에 마운드를 송은범에게 넘겼다. 결국 송은범이 김성현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최성훈의 1실점이 추가됐다.
LG는 그래도 4회말 오지환이 김광현을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1점 차로 맹추격, 흐름을 가져오는 듯했다. 그러나 6회 마운드에 오른 김진성이 볼넷 2개를 내줬다. 결국 이재원이 좌월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8-4로 리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LG가 차근차근 추격에 성공하긴 했으나 리드를 빼앗긴 상황서 정우영과 이정용, 고우석 등의 필승조를 총동원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최성훈(0이닝 1실점), 송은범(2이닝 무실점), 김진성(⅓이닝 3실점), 김대유(⅔이닝 무실점), 이우찬(1이닝 무실점), 배재준(1이닝 무실점), 진해수(1이닝 무실점)까지 7명의 불펜을 동원했던 LG.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서 대포 3방을 얻어맞은 게 참으로 뼈아팠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