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2대 3으로 패배한 대한민국 김민재가 아쉬워하고 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김민재의 다리에 랩이 둘러져 있다. /뉴시스
김민재(26·나폴리)가 경기 후 세 번째 실점이 자신 때문인 것 같다며 자책했다고 구자철 KBS 해설위원이 말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김민재는 가나전에 선발 출전해 90분 정규시간을 모두 소화했다. 경기 막판에 교체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던 김민재의 다리는 경기가 끝난 후 얼음팩과 랩으로 칭칭 감싸져 있었다. 그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경기를 소화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구자철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이스타TVxKBS’에서 한국 대표팀과 가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를 분석하던 중 김민재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구자철은 “진수는 워낙 저와 친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선수”라고 했다. 김진수는 그에게 “잘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월드컵이 쉽지가 않네요”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구자철은 “선수들이 얼마나 부담감을 가졌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구자철은 그러면서 “민재한테 오늘 오전에 문자를 받았다. 냉정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김민재는 “세 번째 실점에서 제 위치가 잘못됐기 때문에 골 먹은 것 아니냐. 냉정하게 얘기해 달라”고 물었다고 한다. 구자철은 이 말을 전하며 “너무 슬프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2대 0으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13분과 16분 조규성이 연이어 골을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23분 가나의 멘사가 왼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이 정면에 있던 윌리엄스가 헛발질해 오른쪽으로 흘렀고,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쿠두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발로 감아 차 한국 골문을 뚫었다. 한국은 2대3으로 아깝게 졌다.김민재가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실점을 막아낸 뒤 볼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김민재는 당시 윌리엄스에게로 오는 공을 끊어내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을 하고 있었다. 구자철은 김민재에게 “윌리엄스가 슈팅하려고 했을 때 네가 바로 반응했고, (이후에) 윌리엄스가 슈팅했으면 네 몸에 (공이) 맞고 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정말로 냉정하게 조언해준 것이다.
구자철은 다만 “저는 한 장면을 뽑아서 그 장면으로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이 장면이 왜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선수들이 충격이 너무 크다. 정상적인 컨디션, 정상적인 멘탈로 포르투갈전에 나갈 수 있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안 할 거냐? 안 이길 거냐? 이겨내야 하는 거다. 선수들이 해야 하는 숙명인 것”이라고 했다.
구자철은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며 “만약에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한다면 문책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최선을 다 했을 때는 우리가 끊임없이 지지해주고 같이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재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틀 앞두고 열린 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호텔에 남아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성(30·마인츠)은 김민재의 상태와 관련해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며 “워낙 내색하지 않는 선수여서 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다음 경기 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큰 문제가 안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3일 0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조 3위인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조 1위 포르투갈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