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수왕국의 원년이다.
키움이 지난 4월 말 박동원(LG) 트레이드를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이지영의 존재 덕분이었다. 2018-2019 오프시즌에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고, 2019-2020 FA 시장에서 3년 18억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다.
2021-2022, 2022-2023 FA 포수 시장을 돌아보면, 키움과 이지영의 계약은 ‘혜자 오브 혜자’ 계약이다. 이지영이 80억원(롯데 유강남), 65억원(LG 박동원), 54억원 계약(한화 최재훈)을 각각 체결한 포수들보다 부족한 게 있을까.
단지 이들보다 나이가 적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36세로 능력이 크게 꺾일 시기도 아니다. 지난 3년간 101경기서 타율 0.309 36타점, 108경기서 타율 0.275 31타점, 137경기서 타율 0.267 2홈런 37타점.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확실한 개성(오픈스탠스)에 의해 끈질긴 타격을 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KT와의 준플레이오프서 타율 0.421 1타점, SSG와의 한국시리즈서 타율 0.333 2타점이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이지영은 WAA 1.001로 리그 포수 1위, 도루저지율 34%로 6위, Pass/9 0.371로 6위였다. 994.2이닝으로 유강남(1008.1이닝)에 이어 리그 2위인 걸 감안하면 올 시즌 이지영은 공수를 모두 갖춘 리그 최상위급 포수였다. 18억원 FA 계약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구단 친화적이다.
그런 이지영은 2023시즌을 마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18억원 FA 계약은 올 시즌으로 마무리됐지만, FA 자격 재취득은 최소 4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올 시즌처럼 내실 있는 모습이라면, 2023-2024 FA 시장에서 충분히 괜찮은 대우를 받을 전망이다. 적어도 18억원보다 더 받는 게 맞다.
아울러 2023년은 키움으로선 포수왕국의 원년으로 나아갈 시점이다. 키움은 2023 신인드래프트서 포수를 무려 5명이나 뽑았다. 물론 5명 모두 포수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지션 전향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건희의 경우 투타겸업 가능성도 있다. 내부적으로 올해 청소년대표팀 주전포수 김동헌과 3년차를 맞이할 김시앙을 우선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요한 건 이지영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점이다. 박동원을 과감하게 KIA에 넘기면서 김동헌을 뽑을 수 있었으며, 이번 오프시즌서 주효상마저 KIA에 내준 상태다. 백업들이 이지영과 기량, 경험에서 격차가 크다. 이지영이 유망주 포수들이 터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다.
1년 뒤 FA 시장에서 반드시 다시 데려와야 한다. 사실 키움이 미래를 내다본다면 미리 비 FA 다년계약으로 묶는 것도 괜찮다. 이지영은 이미 리더로서의 자질도 충분히 입증한 포수다. 투수들에게 마냥 좋은 말만 하지 않는, 때로는 쓴소리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수 있는 참선배다. 2023년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키움으로서도, 이지영은 너무나도 중요한 퍼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