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손웅정 씨)가 ‘MVP는 곧 내려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내려가겠죠. 우리은행에 온 이유가 내려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였어요. 제 마지막 전성기 같은데 천천히 내려갈게요.”
아산 우리은행 포워드 김단비(33)가 6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뒤 밝힌 소감이다. 김단비는 기자단 투표 110표 중 107표를 얻어 MVP에 뽑혔다. 베스트5, 우수수비 선수상, 블록상, 맑은 기술 윤덕주상 등 5관왕에 올라 총상금 1100만원(MVP 상금 500만원 포함)을 받았다.
2007년부터 신한은행에서만 15년간 뛰었던 김단비는 올 시즌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평균 17.2점(2위), 6.1어시스트(2위), 8.8리바운드(5위)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활약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25승5패)을 차지했다. 데뷔 16시즌 만에 처음으로 MVP가 된 김단비는 “(2011~12시즌) 신한은행에서 MVP 후보에 올랐을 때 ‘이번에 못 받으면 다음에 받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 됐다. (MVP 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내려놓았었는데, 은퇴하기 전에 제 이력에 MVP가 들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후배 선수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멋지다 김단비. 내 꿈은 너야, 단비야”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드라마 ‘더 글로리’ 대사에서 힌트를 얻은 문구였다. 김단비는 “신한은행 시절에 전주원·정선민 등 좋은 언니들을 한 명 한 명 이기면 저 자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고 했다. 김단비는 2008~2012년 신한은행 시절 코치로 만났다가 우리은행에서 감독으로 재회한 위성우 감독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16년 전에 슛 하나 제대로 못 쏘고, 수비도 뭔지 몰랐던 선수를 에이스로 만들어주셨다. 코치 시절에 가르쳐주신 기본기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11일부터 4위 인천 신한은행과 4강 플레이오프(3전2승제)를 치른다. 지도자 상을 받은 위성우 감독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언급하며 “여기 있는 감독님들 중 (내가) 우승 반지가 가장 많다. 이번에도 반지를 추가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