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이 급여 체불의 악재를 딛고 연승을 달렸다.
캐롯은 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주 DB와의 원정경기서 디드릭 로슨(38득점, 14리바운드)의 맹폭을 앞세워 96대91로 승리했다.
24승21패를 기록한 5위 캐롯은 공동 3위와의 격차를 3게임으로 좁혔고, 6강을 향해 갈 길이 급한 DB는 6위(KCC)와 3게임 차로 다시 벌어졌다.
가혹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캐롯이었다. 캐롯 선수단은 5일이 지급일인 2월분 급여를 또 받지 못했다. 3개월 연속 급여 지연 사태다.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사실상 부도 처리돼 농구단 운영에 손을 떼면서 캐롯은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다. 이번 급여 지연 사태는 더 심해졌다. 지난 2개월은 5일 정도 늦었지만 이번에는 열흘이나 지연돼 15일쯤에나 지급될 예정이다.
명색이 프로의 세계에서 잘 했다고 격려금을 주지 못할망정 약속된 급여도 제때 받지 못하니, 선수단 사기가 얼마나 떨어졌을지는 안 봐도 뻔한 일. 김승기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다들 알고 있지 않나. 내색은 안 하지만 선수들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오늘도 잘 하자고 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올시즌 캐롯은 최악의 외적 악재를 딛고, '급'이 안되는 전력으로도 안정적인 6강 행진을 하며 감동을 주고, 찬사를 받고 있다.
위기 속에 강한 캐롯은 이날 경기에서도 잘 나타났다. 1쿼터 초반 DB의 빠른 트랜지션에 밀려 기선을 완전히 빼앗기며 위기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캐롯은 1쿼터 중반 이후 로슨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매섭게 추격하더니 27-28,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채 1쿼터를 마쳤다. '외풍'에 맷집이 세진 듯, 코트 안에서도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캐롯이었다.
캐롯이 위기 탈출 후 역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쿼터 시작 1분51초 만에 33-28로 달아났다. 최현민과 조나단 알렛지의 3점포가 연달아 터졌다.
이후 치열한 레이스의 연속. 캐롯은 2쿼터 종료 2분여 전, 41-41 동점으로 몰렸지만 역전은 좀처럼 허용하지 않으며 46-45로 전반을 마치는데 성공했다. 로슨, 전성현 박진철 등 선발 3명을 2쿼터 내내 쉬게 했던 점을 감안하면 캐롯으로서는 성공적인 전반 마무리였다.
벤치 운영에 성공한 캐롯은 3쿼터 작정한 듯 무섭게 달아났다. 체력을 아껴둔 로슨이 혼자서 연속 득점을 하며 13점을 쓸어담았고, 조한진의 3점포와 이정현의 패기가 캐롯의 질주를 도왔다.
58-68로 뒤져있던 3쿼터 종료 3분16초 전, DB는 불운까지 겹쳤다. 식스맨 해결사로 기용했던 두경민을 잃었다. 베이스라인 아웃될 공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착지를 잘못하며 오른 무뤂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기 때문이다.
김승기 감독의 전략대로 '승기'를 잡은 캐롯은 4쿼터에서 조급할 게 없었다. 전성현을 4쿼터에도 쉬게 하면서도 골밑에 충실했던 로슨이 3점포까지 터뜨려주니 금상첨화였다.
DB는 종료 15초 전, 김종규의 깜짝 3점포로 91-94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공격권을 잡은 캐롯이 파울 자유투로 또 달아난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