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은 “호주와 벌일 경기에 집중하겠다” “호주전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일본·호주·중국·체코와 B조에 편성된 한국은 9일 호주와 첫 경기를 치른다. 조 1·2위가 8강에 오르는데, 중국과 체코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호주전이 8강 진출의 최대 관문인 셈이다. 중국, 체코는 손쉽게 꺾는다는 전제 아래 호주를 잡으면 10일 일본전에서 지더라도 조 2위로 8강에 오를 수 있다.
투타 모두 공격적… 방심은 금물
호주는 자국 프로 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호주 프로야구(ABL)에는 한국의 젊은 프로 선수로 구성된 팀 ‘질롱 코리아’가 참가한다. 질롱은 지난달 끝난 2022시즌에 13승 27패로 8팀 중 7위를 했다. 2022시즌 질롱 감독을 맡은 이병규 삼성 수석 코치는 “호주 리그 수준은 한국 1.5군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 코치는 “투수도 타자도 굉장히 공격적이다.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려 한다”며 “타자들은 힘이 세고 직구나 횡으로 휘는 변화구는 곧잘 치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약하다”고 했다.
한국전 선발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2022시즌 5승 1패 평균자책점 2.14로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1위(규정 이닝 도달 선수 중)에 오른 샘 홀랜드, 공동 다승왕 팀 애서튼(5승 1패 평균자책점 3.27) 등이 거론된다. 2019~2020년 한화에서 ‘서폴드’란 이름으로 뛴 워릭 소폴드는 올 시즌 3승 2패, 평균자책점 5.56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두 시즌을 뛰면서 국내 타자 대부분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그는 KBO 리그 두 시즌 동안 59경기 22승 24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했다.
타선에선 빠른 발이 주 무기인 외야수 에런 화이트필드가 경계 대상이다. 현재 LA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이며,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뒤 호주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2022시즌 호주 리그에선 부진했지만, 2023시즌 MLB 시범 4경기에 출장해 9타수 3안타 2도루를 기록했다.
중심 타선에는 ‘공격형 포수’ 앨릭스 홀이 버티고 있다. 홀은 2022시즌 호주 리그에서 포수와 지명타자 등으로 38경기에 출장해 타율 1위(0.360), 홈런 공동 5위(8개), OPS(출루율+장타율) 1위(1.066)에 올랐다.
자나 깨나 호주 생각
호주는 지난 6일 일본 실업팀과 치른 평가전에서 3대15로 져 마운드 불안을 드러냈다. 한국에 전력상 뒤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만만히 보면 안 된다. 한국 야구는 지난 두 차례 WBC에서 방심했다가 첫 경기에서 져 예선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13년 대회 때 네덜란드에 0대5로 져 2승 1패를 하고도 득 실차에서 밀렸고, 2017년에는 이스라엘에 1대2로 충격패를 당해 1승 2패에 머물렀다.
KBO는 올 초 이강철 감독과 전력 분석원들을 호주로 보내 전력 파악에 나섰다. 대표팀 훈련 때는 식당이나 라커룸에서 호주 경기 영상을 틀어 선수들이 볼 수 있게 했다. 대표팀 투수 고우석은 호주에 대해 “미국과 야구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타자들은 공을 띄우는 타격을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전력 노출을 꺼린다. 선발투수 등을 묻는 국내 취재진에게 “아군에게 총질하지 말자”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호주전 선발투수를 정했고, 내보낼 구원투수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했다.
호주전 선발투수는 사이드암 고영표가 유력하다. 고영표가 6일과 7일 일본 프로팀과 벌인 공식 평가전에 결장해 호주전 선발 등판이 기정사실화됐다. 그 외에도 직구처럼 가다가 아래로 가라앉는 포크볼을 구사하는 이용찬, 김원중 등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병규 코치는 “공격에선 투수를 주루 플레이로 흔들고, 수비 때는 실투가 장타로 연결되지 않게 주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