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프로야구 경기는 강효종(21·LG) 문동주(20·한화) 장재영(21·키움) 등 올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영건’들이 나란히 선발 등판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날 전국 5개 구장 팬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올 시즌 2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7.71으로 부진하며 2패만 떠안았던 삼성의 베테랑 백정현(36)이었다.
세간의 관심 속에 등판한 ‘영건 트리오’ 중 가장 먼저 낙오한 건 장재영이었다. 장재영은 이날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삼성 타자들과 승부에 나섰지만 개막 후 제구 불안에 여전히 발목이 잡혔다. 시즌 첫 등판에서 4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장재영은 두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도 2와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만 다섯 개를 내주고 6실점한 뒤 강판됐다.
LG 강효종은 2-1로 앞선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승리투수 요건을 따내는 듯 했다. 하지만 강효종 역시 볼넷에 발목이 잡혔다. 강효종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볼넷 두 개를 내준 뒤 교체됐다.
직전 등판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시속 160km’를 공식 기록한 문동주는 이날도 최고 시속 159km의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8탈삼진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98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점수가 0-0이라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한화도 이날 두산에 0-2로 패했다.
‘예고편’ 주인공들이 모두 마운드를 떠나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백정현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날 전까지 백정현은 선발 보직마저 위협받던 처지였다. 시범경기부터 부진을 이어오던 백정현을 두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금처럼 던지면 4선발이라고 할 수 없다”고 공개질책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백정현의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선발 카드도 준비 중이었다.
백정현은 이날 빠른 공 최고 속도는 시속 138㎞에 그쳤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로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으며 7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최고 타자’ 이정후마저 세 번 모두 땅볼로 처리했다. 삼성 타선도 3회까지 6점의 넉넉한 득점을 지원하며 백정현의 대기록 도전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날 백정현의 퍼펙트 행진을 깬 건 키움의 방망이가 아닌 본인의 ‘글러브’에 가까웠다. 8회 1아웃을 잡은 뒤 상대 타자 러셀이 투수 정면 쪽 땅볼 타구를 날리자 백정현은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내밀었다. 글러브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유격수가 1루에 재빨리 던졌지만 러셀의 발이 더 빨랐고 이 타구는 내야안타로 처리됐다.
퍼펙트 행진이 깨진 뒤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던 백정현은 병살타를 유도하며 8회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투구수는 90개에 그쳐 완봉승 달성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퍼펙트가 깨진 여파는 9회에 나왔다. 백정현은 9회 키움의 7, 8번 타자 김동현과 임병욱에게 2루타, 3루타를 연달아 내주고 1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백정현에 꽁꽁 묶였던 키움 타선은 이후 5안타를 몰아치며 4점을 뽑아 추격을 이어 갔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삼성이 결국 6-4로 이겼다.
8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백정현은 “퍼펙트 경기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항상 시뮬레이션을 해왔기 때문에 3회부터 의식하면서 피칭을 했다. 안타성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많이 가는 걸 보고 ‘오늘은 운이 따른다’는 생각으로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비록 8회 대기록이 깨지긴 했지만 백정현은 “아쉬움보다는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 이닝을 쉽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소감을 전했다.
잠실에서는 NC가 연장 10회 끝에 LG를 6-4로 꺾고 시즌 10승(5패)을 선점하며 1위에 올랐다. NC는 3연승을 달렸고 LG는 올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위를 지켰던 SSG는 KT에 2-4로 져 3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4와 3분의 2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지만 노진혁과 전준우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KIA에 7-5 승리를 거뒀다. 최하위로 떨어진 KIA는 5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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