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무라카미 무네타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일본의 우승으로 끝난 2023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는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대회 성적은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추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슬러거 중 하나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회 초반 극심한 난조에 빠져 4번 자리를 내주는 등 부침이 심하기도 했지만, 멕시코와 4강전에서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하는 끝내기 안타를 쳐 일본의 영웅이 되기도 했다. 대회 성적은 7경기에서 타율 0.231, 1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6으로 체면치레 정도를 한 셈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WBC에서 경험을 쌓은 무라카미가 지난해 이상의 홈런 레이스를 보여주길 기대했다.
지난해 일본인 선수로는 역대 최다 홈런(56개)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전면에 선 무라카미다. 올해 이만한 홈런을 다시 때리지는 못해도, 성적이 어느 정도 유지되느냐는 선수 경력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시즌 출발이 너무 부진하다. 홈런왕의 위용은 사라졌다. 오히려 삼진 머신으로 전락했다.
무라카미는 18일 현재 시즌 15경기에 나가 타율 0.196에 머물고 있다. 홈런 두 개가 나오기는 했지만 개막전에서 하나를 친 것을 제외하면 최근 14경기에서 1개다. 10개의 4사구를 얻는 동안 삼진은 그 두 배인 20개를 당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700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모든 지표에서 지난해와 너무 차이가 난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0.318의 타율을 기록했고, OPS는 1.168에 이르렀다. 단지 한 시즌 성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무라카미의 OPS는 2020년 1.012, 2021년 0.974로 3년 연속 최상위권이었다. 거포에게 삼진은 숙명일지 모르나 삼진 대비 볼넷이 이렇게 적은 선수 또한 아니었다.
월별로 봤을 때 무라카미가 지난해 가장 부진했던 시기는 9월로 OPS가 0.832였다. 다만 경기 수가 많지 않았고 볼넷 비율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헛스윙이 너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삼진이 증가했으며, 타율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슬럼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라카미의 타격 컨디션 저하를 확인한 상대 투수들도 더 이상 그를 겁내지 않는다. 최근 6경기에서 고의4구는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9월부터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9월부터 하락세를 그렸고, 사실 WBC에서의 성적도 그렇게 좋지는 못했으며, 이런 그래프가 시즌 초반에도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무라카미가 빠른 시간 내에 반등할 수 있을지도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