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 1명만 잘 한다고 해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세계에서는 간혹 선수 1명의 활약이 절대적일 때도 있다. KBO 리그는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어떨 때는 승리의 주역이 된 선수의 비중이 아주 높은 경기도 있다.
롯데가 KIA를 7-5로 이긴 18일 사직구장에서는 유격수 노진혁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노진혁은 2회말 무사 1루에서 숀 앤더슨의 135km 슬라이더를 때려 우월 2점홈런을 날렸다. 롯데 이적 후 처음으로 느낀 손맛이었다. 롯데가 2-0으로 앞서 나가는 한방.
롯데는 3회말 전준우의 좌월 솔로홈런이 터진데 이어 안치홍이 좌월 2루타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이어갔는데 이때 노진혁이 우중간 적시타를 날렸고 2루주자 안치홍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4-0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롯데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5회초에만 대거 5실점을 하면서 4-5 역전을 당한 것. 그러나 롯데는 7회말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5-5 동점을 이뤘고 안치홍이 자동 고의 4구로 나가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노진혁은 2사 만루 찬스에서 우전 적시 2루타를 쳤고 주자 2명이 득점하면서 롯데가 7-5 역전을 해낼 수 있었다. 롯데는 7-5로 승리했고 노진혁은 4타수 3안타 5타점 1득점을 폭발하면서 승리의 히어로로 등극했다.
정말 '북 치고 장구 쳤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 노진혁의 활약이었다. 노진혁의 방망이가 없었다면 롯데가 선취점을 가져가지도,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지도, 다시 역전을 해내지도 못했을지 모른다.그야말로 롯데가 FA 쇼핑으로 1승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온 노진혁과 4년 총액 50억원에 사인했다. 롯데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센터라인을 보강하는 한편 수준급의 정확도와 장타력도 갖춘 타자를 영입하면서 승리의 확률을 높이고자 했다.
노진혁도 팀의 기대를 잘 알고 있었고 빠르게 팀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데 뭔가 짜여져 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라고 롯데의 팀 분위기에 만족했던 노진혁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 농담을 건네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베테랑이자 FA 이적생의 책임감이 아닐까. 이런 과정이 모여 롯데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었고 이제는 롯데의 승리를 이끄는 핵심 선수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