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두 롯데 자이언츠의 선봉엔 재일교포 안권수(30)가 선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하면서 13년 만에 8연승을 달렸다. 롯데의 공격을 이끄는 건 1번 타자 외야수 안권수다. 안권수는 롯데의 유일한 ‘3할 타자’다. 95타수 27안타로 타율 0.318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롯데 선수 중 타율이 가장 높다. 볼넷도 잘 골라 출루율(0.368)은 팀 내 3위, 도루는 팀 내 1위(4개)다.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외야수 황성빈과 함께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안권수는 “특별히 잘하는 비결이라면 절박함이다. 코치님들과 소통하면서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니까 심리적인 여유가 생긴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인 타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일본 사이타마현 출신이다. 야구 명문 와세다 실업학교와 와세다 대학을 졸업했다. 학교를 마친 뒤 일본 독립리그 여러 팀을 거친 그는 2020년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거쳐 드래프트 전체 99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두산 1군에서는 총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267타수 71안타)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두산을 떠났다. 1993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재외국민 2세가 3년을 초과해 국내에 체류한 경우 재외국민의 지위를 상실한다는 병역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안권수가 국내에서 야구를 계속하려면 2023년 말까지는 입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권수는 결국 야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걸으려 했다. 두산 구단도 안권수의 의사를 존중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그러던 안권수를 롯데가 눈여겨봤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선수의 미래에 대해서 다각도로 논의해보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안권수는 “지난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지만, 답답했다. 마지막으로 내 야구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롯데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야구 인생의 끝일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안권수는 올 시즌 초반부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아내와 지난해 태어난 아들, 그리고 부모님이 그의 지원군이다.
안권수는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팀원들 성격이 좋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한동희가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안권수는 개인 유튜브를 통해 프로야구 선수의 생활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 야구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안권수가 맹활약하면서 롯데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직구장에는 ‘안권수 대신 내가 군대에 가고 싶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 안권수에게 작은 희망이 생겼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대표팀을 만 25세 이하 또는 4년 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안권수는 30세지만, 프로 4년 차이기에 대표선수 자격은 갖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는 지난 28일 예비명단 198명을 발표했는데 이 중엔 안권수의 이름도 포함됐다. 만약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 한국에서 계속 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표팀 외야수로는 이정후(키움)·강백호(KT)·최지훈(SSG) 등이 꼽히지만, 콘택트 능력이 좋은 안권수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안권수는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미래에 대해 말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생각한다. 일단 매일 경기에 나가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면서도 “만약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