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는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매년 리빌딩을 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적을 위해 달리는 팀에 가까웠다. 팀은 돈을 많이 썼고, 매년 오프시즌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성적은 항상 기대 이하였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는 강타자 내야수 앤서니 렌던과 대형 계약(7년 2억4500만 달러)을 맺으며 또 한 번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투타 밸런스, 그리고 각 부분에서마저 엇박자가 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60경기 단축 시즌이었는데 실력은 물론 요행조차 없었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26승34패(.433)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에인절스는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둘이나 있다.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 그리고 리그 최고의 이슈메이커인 오타니 쇼헤이가 그들이다. ‘BETMGM’은 아메리칸리그 MVP 배당 상품에서 트라웃과 오타니의 확률을 나란히 1·2위에 올려놓기도 했을 정도다. 현지에서는 리그에서 가장 찬란한 재능인 이들의 이름을 합쳐 ‘트라우타니’의 탄생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이들 외에도 고액 연봉자가 제법 많은 에인절스다. 이처럼 단순히 외형으로 보면 아무리 못해도 5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올해도 5할 아래(18승22패)니 한숨만 나온다. 트라웃이 리그 최고의 성적을 찍고 있어도,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모두 분전하고 있어도 이 성적이다. 결국 마운드, 특히 선발진이 경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10으로 분전하고 있으나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죄다 부진하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딜런 번디는 5패 평균자책점 6.02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앤드루 히니는 1승3패 4.75, 호세 퀸타나는 3패 8.53, 그리핀 캐닝은 3승2패 4.78, 알렉스 콥은 1승2패 5.48이다. 2점대는커녕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도 없다. 리그 최악의 로테이션에 가깝다.
에인절스가 특급 에이스를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었다. 매년 선발진이 제대로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인절스는 어찌된 일인지 에이스 선발 영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기회는 2020년 오프시즌이었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을 필두로 류현진(토론토) 등 수많은 엘리트 선발투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에인절스를 지목했다. 렌던에 달라붙었던 에인절스가 콜이나 스트라스버그까지 영입하기 어렵다면, 류현진을 그 다음으로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에인절스는 류현진이나 잭 윌러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트라웃의 전성기에 이어 오타니의 전성기까지 낭비할 수 있다. 알버트 푸홀스(LA 다저스)의 10년 악성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분명 선발 영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에인절스다. 돈은 있으니, 선택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