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첫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었다. 대개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은 4~6년차에 연봉조정신청을 할 수 있는데 오타니는 올해가 첫해였다.
극히 일부의 4년차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봉조정 첫 해인 만큼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오타니는 직전 시즌인 2020년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투수로는 2경기 나서는 데 그쳤고, 야수로는 44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657로 부진했다. 많은 매체들은 오타니의 2022년 연봉으로 250~330만 달러 범위를 예상했다.
연봉조정에 나선 오타니의 올해 연봉은 결국 300만 달러(약 35억 원)로 결정됐다. 그런데 에인절스는 여기서 하나의 묘수를 쓴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연봉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2년간 850만 달러(2021년 300만 달러, 2022년 550만 달러)를 제안한 것이다. 만약 오타니가 올해도 부진했다면 에인절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오타니는 고심 끝에 이 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계약은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딜이 됐다. 오타니가 대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24일(한국시간) 현재 야수로 120경기에 나가 타율 0.270, 40홈런, 88타점, 1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0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홈런 1위다. 여기에 투수로도 18경기에서 8승1패 평균자책점 2.79라는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오타니의 올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투타를 합쳐 이미 8.0을 넘어섰다. 최소 6400만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 에인절스가 방긋 웃는 건 올해 연봉조정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서만이 아니다.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연봉조정 없이 오타니에게 550만 달러(약 64억 원)만 지급하면 된다.
오타니로서는 2년 계약을 한 게 아쉬울 법하다. 그 당시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커졌다. 메이저리그 연봉조정 2년차 최고 연봉은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2019년 세운 2000만 달러다. 베츠는 연봉조정 첫 해에 1050만 달러를 받았고, 이듬해 연봉이 두 배로 점프했다.
만약 오타니가 2년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베츠를 뛰어넘지는 못해도 적어도 1000만 달러 연봉은 확실히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안정’을 선택한 지난겨울의 선택 탓에 그 기회는 날아갔다. 오타니는 2023년 마지막 연봉조정자격을 획득하며, 2023년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하지만 변수와 반전은 또 있을지 모른다. 에인절스는 2023년이 오기 전 대형 연장 계약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에인절스로서는 오타니가 FA 시장에 나가기 전 어떻게든 장기 계약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다. 이 제안이 올 시즌이 끝난 뒤, 혹은 내년 어떤 시점에 이뤄져도 이상한 건 아니다. 입단부터 돈에 연연하지는 않았던 오타니지만, 이제 MLB를 대표할 고액 연봉자가 될 시점도 얼마 남지는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