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IBK기업은행 김희진. 한국배구연맹 제공
김수지·김희진·표승주 등 IBK기업은행의 국가대표 3인방이 서남원 감독 경질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희진의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희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묘하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놓으며 현 상황에 대해 그가 느끼는 난감함을 내비쳤다.
김수지과 김희진, 표승주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루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이탈로 팀 내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들 3명도 ‘태업설’에 휘말리는 신세가 됐다. 서 전 감독과 선수들 간 갈등의 중심에 고참 선수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몇몇 매체의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 요구되는 프로 선수에게 태업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은 최악의 악재다. 팬들은 태업한 선수를 ‘색출’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의 경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시즌 첫 9경기에서 1승8패(승점2)에 그쳤던 IBK기업은행이 서 감독 경질 직후인 지난 23일 흥국생명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자, 팬들 사이에선 태업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가대표 3인방은 자신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인 만큼 태업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김수지는 흥국생명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재작년부터 태업을 했다, 훈련에 불성실했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훈련에 반기를 들어 참석을 안 했다든지 하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진도 “태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선수들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태업하는 선수가 어떻게 근육이 찢어진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나”라며 “고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했고, 후배들이 그것에 맞게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서 서 전 감독의 경질에 대해 안타까움이나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선수는 없었다. 다만 김희진이 유일하게 서 전 감독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희진은 팀에 불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입장 차이가 있지 않나. 불화라고 하면 불화일 수 있고 넘길 수 있으면 넘길 수 있는 문제”라며 “이게 너무 와전돼서 각자의 입장만 내놓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는 선수대로 감독님은 감독님대로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희진은 조송화와 서 전 감독 중 누구도 옹호하지 않았지만, 선수로서 감독에게 예의를 지키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프로(선수)면 프로답게, 감독님이면 감독님답게 각자 위치에 맞게 해야 한다”면서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감독님은 우리가 모시던 어른이니까 입장 발표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청문회처럼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선수들은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서로 답변을 미뤘다. 국가대표 3인방의 힘든 시간은 적어도 팀의 인적쇄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신임 감독을 하루라도 빨리 선임해야 팀이 정상화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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