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시즌 중 두 차례나 무단이탈한 조송화(28)를 퇴출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조송화와 더는 한배를 탈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민감한 ‘돈’이 걸려 있다.
IBK는 지난 22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를 신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부터 바뀐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선수 권리 보호를 위해 임의해지 시 반드시 선수가 이에 동의한다는 친필 서명이 담긴 서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조송화에게 수차례 구두로 확인을 받았다며 조건도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진행하다가 망신만 당했다.
IBK는 구단 사무국장과 조송화의 대면 만남에서 선수에게 동의서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은퇴 의사를 굽히지 않던 조송화를 설득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조송화는 구단 사무국이 임의해지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자 뒤늦게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며 팀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IBK는 조송화 복귀 불가 방침은 정했지만 조송화의 몽니로 임의해지는 물 건너 갔다.
무단이탈 논란을 빚은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조송화. 사진=MK스포츠 DBIBK가 조송화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방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구단이 잔여 계약 기간에 대한 연봉을 조송화에게 지급해야 한다. 조송화가 팀을 뛰쳐나간 이번달 급여를 제외하고도 내년 6월까지 7개월분이다. 조송화의 연봉이 옵션 제외 2억 2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IBK는 계약해지 시 1억 원이 넘는 돈을 날리는 셈이다.
IBK는 일단 내부적으로 계약서상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계약해지의 귀책사유가 명백히 조송화에게 있는 만큼 구단이 잔여 연봉 지급 등의 의무를 지지 않는 방향을 알아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송화와 IBK가 돈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벌일 불씨도 남아 있다.
트레이드를 통한 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 조송화가 팀을 무단이탈한 것도 모자라 지도자에게 항명한 사실까지 알려진 이상 조건 없는 무상 트레이드라고 할지라도 조송화를 받아줄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김호진 IBK 배구단 사무국장은 “조송화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구단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KOVO 규정 등을 감안한 뒤 (계약 해지 관련)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OVO도 일단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IBK에서 연봉 문제와 관련된 상벌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경우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규정을 검토 중이다.
KOVO 관계자는 "선수 계약서를 보면 분쟁이 생길 시 계약 당사자인 선수와 구단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해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경우 연맹 상벌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아직 구단에서 상벌위원회 개최 요청은 없지만 규정을 검토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IBK가 구단 자체 징계를 통해 조송화의 연봉 지급을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자부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 7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사적 모임을 가졌다가 확진된 A 선수에 대해 올 시즌 연봉 전액 삭감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조송화가 두 차례나 팀을 무단이탈한 것은 분명한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자체 징계를 통한 연봉 문제 해결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조송화가 KOVO를 통한 이의 제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