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연속출장 신기록 행진 KCC 이정현KBL 제공프로농구 KCC 가드 이정현(34·사진)의 별명은 ‘금강불괴(金剛不壞)’다. ‘금강처럼 단단해 부서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프거나 부상을 당해도 경기를 거르는 일 없이 코트에 나서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준 그에게 팬들이 붙여준 닉네임이다. 이정현은 처음엔 이런 별명이 싫었다고 한다. 들었을 때 왠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잘 알기에 지금은 좋아한다.
2010∼2011시즌 KBL에 데뷔한 이정현은 27일 DB전까지 501경기를 연속 출전했다. 이보다 이틀 전인 25일 자신의 프로 데뷔 팀이기도 한 KGC전에서 KBL 최초로 50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그동안 500경기 이상을 뛴 선수는 이정현 말고도 41명이 더 있었지만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500경기를 연속 출전한 선수는 이정현이 유일하다. 현역 시절 기복 없는 경기력을 자랑하며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린 추승균 전 KCC 감독이 연속 경기 출전 부문 2위(384경기)에 올라있는데 이정현과는 100경기 이상 차이가 난다. 현역 선수 중엔 LG에서 뛰고 있는 이재도가 전체 4위에 해당하는 308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 중이어서 이정현의 기록이 당분간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농구는 한 시즌에 팀당 54경기를 치른다.
프로 데뷔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잔부상 한 번 없었을 리는 없다. 이정현은 “아픈 것에 원래 좀 둔한 편인 데다 뛰다가 보면 또 금세 잊었던 것 같다”며 “팀에 폐를 끼칠 정도만 아니라면 몸 상태가 정상 컨디션의 40∼50%만 돼도 뛰었다”고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소속 팀을 KGC에서 KCC로 옮긴 이정현은 2017∼2018시즌 개막을 40일가량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다 무릎을 크게 다쳤다.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아 다들 시즌 초반엔 코트에 나서기 힘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재활훈련을 한 이정현은 이 시즌 개막 경기에 주전으로 나섰고 풀타임에 가까운 37분 9초를 뛰면서 12점을 넣었다. 팬들의 뇌리에 금강불괴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그는 열이 40도가 넘는 날에도 링거를 맞고 경기를 뛴 적이 있다.
이정현이 501경기에서 출전 시간 10분을 채우지 못한 건 세 번뿐이다. 평균 29분 57초를 뛰면서 평균 13.2점을 넣었다.
며칠 뒤면 이정현도 35세가 된다. 언젠가는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이 중단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정현은 “언젠가는 연속 출장이 힘들어질 수 있고 팀 내에서 내 역할도 주축 선수에서 보조로 줄어들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과정이 급격한 ‘추락’이 아니라 부드러운 착륙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순리대로 풀어 가려고 한다”고 했다.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체력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는 그는 하루 8시간 이상 숙면하는 습관을 들이며 출전하는 경기마다 치열하게 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