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 팬들의 보이콧이 두렵지 않나.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스폰서 유치로 시즌을 운영한다. 스폰서들의 후원이 구단의 밥줄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스폰서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상당히 중요하다. 키움이 매년 5강 진출에 목숨을 거는 것도 스폰서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비밀리에 강정호와의 최저연봉 계약을 성사한 키움의 행태는 도저히 프로라고 볼 수 없는 만행이다. 키움은 18일 시범경기 고척 SSG전을 앞두고 보도자료와 고형욱 단장의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의 임의탈퇴 해제 요청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쉽게 말해 중범죄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배려한 것이다. 명분과 의미가 전혀 없다. 이번 사건의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중요한 건 팩트 그 자체다. 누구든 강정호 복귀를 추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최근 음주운전 한 번만으로 퇴출되는 게 프로스포츠 무대다. 프로 선수의 도덕성은 상당히 중요하고 예민한 화두다. 그러나 고형욱 단장은 강정호가 이미 2019년 8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뒤 3년간 쉬었다며 자숙과 반성할 시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뛸 팀이 없어서 못 뛴 것일 뿐이었다. 누군가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지 않았던 건 그만큼 과거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KBO가 2년 전에 내린 유기실격 1년, 사회봉사 300시간이라는 제재를 소화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강정호는 공식적으로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의한 죄값을 치르지 않았다. 음주운전에 세 번이나 적발된 사람이라면 반성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복귀의 명분으로 삼는 건 말이 안 된다.
한 마디로 프로이길 포기했다. 이제 키움은 각오해야 한다. 팬들의 보이콧을. 내년이라고 지금과 상황이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강정호에 대한 여론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달라질 리 없다. 강정호가 야구를 하는 건 상관 없지만 야구를 통해 돈을 벌고 팬들 앞에 서는 건 팬들의 기분을 몹시 거북하게 하는 것이다.
키움은 관중수입이 상당히 중요한 구단이다. 가뜩이나 타 구단들에 비해 충성도가 높은 팬이 많지 않다. 이번 사태로 상당수 팬을 잃으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손해다. 당장 눈 앞에 약간의 이득조차 없는데 미래에는 너무나도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과 강정호를 응원하는 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구단은 프로이길 포기한 구단, 팬심을 이해하길 포기한 구단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강정호와의 계약 및 임의탈퇴 해지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강정호가 내년에 복귀해서 뛴다고 해도 키움이 얻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게 강정호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