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차세대 거포로 각광받고 있는 김석환(23)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경계해야 할 선수로 떠오르자 상대 투수들이 좀처럼 좋은 공을 주지 않았다. 자신의 약점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치 치열한 견제가 시작될 정규시즌의 예고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을 대변하듯 타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김석환은 2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경기하면서 삼진율도 높아지고, 좋은 공을 안 준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스타로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범호 타격코치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현역 시절 통산 329홈런을 친 이범호 코치는 김석환에게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바꾸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몇몇 세부적인 부분을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타이밍과 리듬, 그리고 발 사이의 넓이인 스탠스 등의 내용이었다.
김석환은 "이범호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네가 타이밍을 빨리 잡으면 잡으러 가는 시간이 길어서 몸이 쏠리고 그러면 떨어지는 변화구에 멈출 수가 없다. 스탠스를 좀 좁히고 간결하게 리듬을 타면서 맞춰 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 코치는 "타이밍과 타석에서의 리듬이 너무 없다. 딱딱하게 있다가 다리만 들고 친다"고 문제점도 정확하게 지적해줬다.
김석환은 즉시 그 조언을 빨아들였다. 김석환은 "스탠스와 공을 보는 높이를 바꿔봤다"고 했다. 스탠스를 좁히고, 장타 욕심보다는 리듬대로 치는 것에 신경을 썼다. 아직 100% 교정이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다. 김석환은 "리듬에 신경을 많이 신경을 쓰다 보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면서 "점점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2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홈런도 나왔다. 7회 김재영의 변화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때렸다. 김석환은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선천적인 힘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김석환으로서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한 방이기도 했다. 스탠스를 좁히고 간결하게 쳐도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힘이 좋은 선수는 많다. 그러나 그 힘을 어떻게 쓸지 모르는 선수들도 많다. 이 코치 또한 현역 시절 그런 과정을 겪었고, 김석환이 힘을 쓰는 포지션을 조금 더 부드럽게 이어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김석환도 그 감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홈런 타자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일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역사상 그 리듬이 가장 완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과 많이 비교되는 김석환이다. 김석환은 그만큼 기대도 크고, 잘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 김석환도 이승엽의 타격 영상을 자주 본다. 그는 "타격 영상 봤는데 다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자세는 영상으로 체크할 수 있다. 쉬는 날에 많이 보고 있다"고 웃으면서 "남은 경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개막전을 고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