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시속 154km를 던지는 선발투수의 뒤에는 156km로 위협하는 또 다른 파이어볼러가 있었다.
삼성과 롯데가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던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은 새 외국인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강속구가 일품인 수아레즈는 최고 154km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 153km까지 찍힌 투심 패스트볼까지 선보이며 파이어볼러의 본색을 드러냈다. 수아레즈는 지난 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면서 최고 160km까지 던졌던 투수. 대구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야 팀에 합류했지만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속도는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160km 근처로 던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점점 현실과 가까워지는 중이다.
이날 수아레즈는 69개의 공으로 5이닝을 막았다. 안타는 4개를 맞았고 삼진은 3개를 잡았다. 2실점이 있었지만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된 것이라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삼성은 2-2로 맞선 6회초 수아레즈에 이어 또 하나의 파이어볼러를 마운드에 올렸다. 바로 김윤수가 등판한 것이다. 김윤수는 한화의 좌완 파이어볼러인 김범수의 동생으로 지난 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56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올 시즌을 향한 희망을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도 최고 구속이 156km가 찍히면서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김윤수는 선두타자 전준우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압권은 정훈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는 장면이었다. 초구 154km 직구를 꽂은 김윤수는 156km 강속구로 파울을 유도했다. 타자가 직구를 노렸더라도 빠르게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였다. 순식간에 스트라이크 2개를 잡으며 자신감을 얻은 김윤수는 143km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3구 삼진을 잡았다.
이어 D.J. 피터스를 상대한 김윤수는 볼 3개를 연거푸 던지며 잠시 제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154km 직구를 연달아 뿌리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이번에도 142km 슬라이더가 헛스윙을 이끌어내면서 삼진으로 이닝을 끝맺음했다.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고 퍼펙트로 봉쇄한 것이다.
상대 타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강속구 지옥'을 맛본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산 파이어볼러의 '매운 맛'에 당한 것도 모자라 그보다 더 구속이 빠른 토종 강속구 투수까지 만났으니 속수무책이었다. 올해 삼성의 새로운 승리공식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르겠다.
삼성은 강속구 듀오로 기선제압을 성공한 뒤 올해 불펜의 키를 쥐고 있는 '이승현 듀오'로 2이닝을 '순삭'했고 9회초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삼성이 작년보다 더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한다면 지난 시즌의 돌풍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