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콜린 벨 감독. 사진|KFA 제공
[STN스포츠] 박재호 기자 = 콜린 벨(60) 감독의 진심 어린 한국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모였다. 오는 9일 베트남과 평가전을 치르기 위한 소집이다.
큰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앞으로 굵직한 국제 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7월 중국에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내년 7월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참가한다.
이날 파주NFC에서 진행된 소집 인터뷰에서 벨 감독은 "날씨가 좋아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며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 2019년 10월 부임해 한국생활 4년째를 맞는 벨 감독은 어느 정도 한국말을 구사한다. 깊은 대화가 가능할 만큼 능숙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축구대표팀을 맡은 외국인 감독 중 '한국말 스피킹'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인터뷰할 때면 그런 모습들이 묻어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말로 한 두마디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이날도 그의 진심이 담긴 한국말이 여러 번 나왔다.
◇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드컵 생각해요"
벨 감독은 대표팀의 최종 목표가 내년 월드컵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여자 축구는 내년 월드컵에 모든 초점이 맞춰있다. E-1 챔피언십, 항저우 아시안컵, 당장 베트남과 친선경기까지 모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서 한국말이 나왔다. 잠시 생각한 뒤 한국말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드컵 생각해요"라고 힘줘 말했다. 진심이 어려 있었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콜린 벨 감독. 사진|KFA 제공
◇ "우리는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과정을 시작했어요"
지난 2월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 후 벨 감독은 재계약을 맺었다. 재계약을 한 이유를 묻자 바로 한국말이 나왔다. 그는 "우리는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과정을 시작했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영어로 "한국은 가능성이 큰 팀이다. 이를 위해서 명확하게 끝을 맺어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배워야 할 게 있다. 좀 더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우리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벨 감독은 지난 아시안컵 중국과의 결승전(2-3) 패배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에 2-0으로 앞섰지만 후반 20분 이후 내리 3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벨 감독은 다시 한국말로 "중요해요. 우리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스트레스란 압박을 뜻한다.
벨 감독은 영어로 "이번 소집 훈련의 목표는 여기에 있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헤쳐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잘 하다가 마지막 20분을 못 버티고 무너졌다. 첫 번째 PK 실점 이후 압박이 왔고 대처를 전혀 못 했다"라며 "앞으로 월드컵까지 18개월이 남았는데 보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벨 감독의 한국말은 진심이 가득 담겼다. 그 진심이 선수들과 하나 돼 내년 월드컵까지 통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