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선두타자 홈런에 정신이 번쩍 돌아온 것일까. ‘신인왕’ 이의리(20·KIA)가 7이닝을 먹어 치웠다.
이의리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회까지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1회말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뒤 바깥쪽 중심의 볼배합으로 패턴을 바꿔 투구 수 90개로 7이닝을 버텼다. 7회말 2사 1, 3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학주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보내고 큰 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일 광주 KT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7안타 8실점(4자책점)하고 3이닝 만에 강판했다. 구속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속 150㎞까지 측정됐지만,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체 밸런스가 무너져 상체 위주로 투구하다보니 속칭 ‘공이 날린다’는 평가를 들었다. 당시 이의리에게 홈런과 2루타로 4타점을 뽑아낸 KT 박병호는 “평소와 달리 제구가 안됐다. 볼끝에 힘이 없으니 빠른 공을 중심에 맞히면 좋은 결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평가했다.한 달에 한 번 가량 찾아오는 밸런스 붕괴가 지나가자 다시 안정을 찾았다. 더구나 이날은 3이닝 5안타 5실점(4자책점)한 지난달 12일 롯데전 이후 한 달여 만에 설욕에 나선 경기였다. 상대 실책으로 1회초 선취점을 안고 1회말 투구에 돌입했는데, 첫 타자에게 동점 홈런을 내줬으니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최고구속은 시속 149㎞까지 측정됐는데, 커브를 요소요소에 섞어 롯데 타자들의 노림수를 흐트러뜨렸다. 이의리가 던지는 속구는 각이 좋은 편이라 타자들이 까다로워한다. 그러나 볼끝 움직임이 많지 않으니, 벨트선으로 히팅 포인트를 설정해 두면 대응이 가능하다. 높아진 펜스 탓에 들어 올리는 스윙을 하는 롯데 타자들로선 허벅지 높이로 날아드는 빠른 공은 좋은 먹잇감이 된다. 안치홍에게 맞은 홈런도 가운데 낮은 시속 150㎞짜리 속구였다.홈런을 허용한 뒤 전준우와 한동희를 연속타자 3구 삼진으로 돌려보낸 이의리는 이대호에게 펜스 위 철망 상단을 직격하는 대형 2루타를 내줬다. 속구 중심의 볼배합을 바꿀 수는 없으니 바깥쪽 중심으로 패턴을 바꿨다. 바깥쪽 속구-몸쪽 커브-몸쪽 속구-바깥쪽 커브 등으로 커브를 전진배치 해 롯데 타선의 노림수를 흐트러뜨렸다. 볼끝에 힘이 있으니 롯데 타선은 2회부터 7회까지 안타 3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삼진은 8개를 솎아냈다.
‘포스트 양현종’ 0순위로 꼽히는 이의리는 밸런스만 유지하면 쉽게 난타당하지 않는 투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한 달만에 만난 롯데에 설욕해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날 역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2.93(종전 3.25)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