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난조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키움은 17일 창원 NC전서 김태진(1루수)-야시엘 푸이그(우익수)-김혜성(2루수)-박찬혁(좌익수)-송성문(3루수)-이지영(포수)-이주형(지명타자)-김휘집(유격수)-박준태(중견수)로 선발라인업을 짰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라인업이다.
통산타율 0.340으로 역대 1위를 자랑하는 간판타자 이정후가 빠졌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이정후는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는 아니다. 경기후반 대타로 나섰기 때문이다.
올 시즌 키움 타선은 '이정후와 아이들'이다. 박병호(KT)의 이적으로 일찌감치 우려됐고, 현실화됐다. 4월 말에 박동원(KIA)마저 떠났다. 기대를 모은 야시엘 푸이그는 계륵으로 전락했다. 투수에겐 이정후만 조심하면 어렵지 않은 타선인 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이 라인업에서 1년에 홈런 20개 이상 쳐줄 것으로 기대되는 타자가 없다. 그나마 폼 좋은 푸이그인데, 안타깝게도 그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키움 타선의 각종 지표는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키움은 이날 NC를 11-4로 완파하고 4연승을 거뒀다. 5월 들어 타격감이 상당히 좋은 송성문이 3안타를 날렸고, 이적생 리드오프 김태진과 김혜성이 2안타를 쳤다. NC 투수들이 10개의 볼넷을 남발한 반사이익도 봤지만, 이날만큼은 키움의 타선 흐름이 원활했다. 이정후도 대타로 등장해 볼넷을 골라냈다. 12안타 10볼넷 11득점. 6회 박준태의 만루포가 결정적이었다.알고 보면, 키움과 키움 팬들은 이정후가 없는 이런 선발라인업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정후는 2023시즌이 끝나면 키움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가 열린다. 이정후의 아메리칸드림은 명확하고, 키움은 현재보다 미래, 특히 비즈니스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혜성~박찬혁~송성문으로 꾸려진 클린업트리오는 신선했다. 현실적으로 세 사람이 키움 타선의 향후 5년 내외를 책임져야 한다. 김혜성과 송성문은 일찌감치 이정후가 없는 키움 라인업의 기둥으로 지목됐고, 박찬혁은 남다른 떡잎이라는 게 증명됐다.
이 선발라인업에 이지영(1986년생), 푸이그(1990년생), 박준태(1991년생)를 제외한 6명은 1995년 이후 태어났다. 실질적으로 이정후가 없을 수 있는 2023시즌 이후 키움 라인업을 이끌어가야 할 타자들이다.
키움은 올 시즌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최근 4연승으로 반등했다.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 박동원의 이적으로 타선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서 어떻게든 효율적인 라인업을 짜려고 애쓴다. 어쩌면 2년 뒤에는 익숙한 모습일 수 있다. 키움도 키움 팬들도 이정후가 없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