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 중 대어 많아 치열한 물밑 협상“이제 일주일 남았다. 돌고 있는 얘기들이 많은데 선수도 이제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구단과 선수 간 자율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 구단 관계자는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구단도 대어급 FA를 잡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다음 날인 11일 46명의 FA 명단을 공시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자율협상 기간은 25일까지인데 FA는 원소속 팀을 포함한 10개 구단 전부와 협상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는 이른바 ‘대어(大魚)’들이 역대급으로 많아 물밑에서 벌어지는 구단 간 영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년에는 자율협상 시작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는 가르마가 타졌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김선형, 전성현, 허웅SK를 창단 후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선형(34·지난 시즌 보수 5억2000만 원)이 우선 눈에 띈다. 최근 김선형은 “선수는 연봉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내 가치를 알아주는 구단을 택하고 싶다”고 했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SK에서만 뛰어 온 김선형은 “인정받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SK는 구단 고위층에서 ‘김선형은 무조건 잡으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리그 ‘최고의 3점 슈터’로 평가받는 전성현(31·2억8000만 원)도 여러 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를 뛴 전성현은 3점슛 177개를 넣어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방성윤 이후 13년 만에 경기당 평균 3개 이상(3.3개)의 3점슛도 기록했다. 절정의 슛감각을 자랑하는 데다 30대 초반인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3년 정도는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성현은 거의 모든 팀이 영입을 원한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이승현, 이정현, 두경민국내 프로농구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허웅(29·3억3000만 원)과 국내 선수 중 ‘최고 빅맨’으로 평가받는 이승현(30·6억 원), ‘금강불괴’ 이정현(35·4억 원), 리그 최정상급 테크니션인 두경민(31·4억 원)도 이번 FA시장을 역대급으로 만든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35세인 이정현은 ‘FA 보상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몇몇 구단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FA의 직전 시즌 보수가 전체 선수 중 30위 이내이면 이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선수 1명과 FA의 직전 시즌 보수 50%를 원소속 구단에 줘야 한다. 보상선수를 보내지 않으면 직전 시즌 보수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정현은 35세 이상이어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데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이번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26분 이상을 뛰면서 평균 13.1점을 넣어 몇몇 구단이 욕심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