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입에서 결국 '대체자'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올 시즌 1호 퇴출 외국인 선수가 나올 것인가. KT 위즈파크가 자리한 수원으로 야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퇴출 위기에 놓인 주인공은 지난해 KT 위즈의 우승 주역 윌리엄 쿠에바스(32·베네수엘라)다. 이강철 KT 감독은 17일 수원 LG전을 앞두고 "3주 정도만 잘 버텼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올 시즌 시작에 앞서 역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최고의 강점은 탄탄한 선발진. 쿠에바스와 데스파이네의 외국인 원투 펀치를 비롯해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으로 꾸려진 선발 로테이션은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KT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쿠에바스는 지난달 8일 한화전을 마친 뒤 우측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이후 재활에 임하고 있으나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상자가 많아 고민이 많은 KT다. 이미 KT는 시즌 초반 강백호가 오른쪽 새끼 발가락 중족골 골절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또 외국인 타자 라모스 역시 오른쪽 새끼 발가락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 감독은 '3주'의 의미에 대해 " 3주 정도가 지나면 강백호와 라모스가 돌아올 수 있다"면서 "또 쿠에바스를 교체한다면 대체자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미심장했다. 이 감독의 입에서 '대체자'라는 말이 직접 나온 것이다. 이어 "(3주 후)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타선은 완전체가 된다. 또 선발 5명이 잘 돌아가면서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의 예상 복귀 시점에 대해 "고민이 좀 된다. 이틀 정도 지나면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만약 쿠에바스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교체까지 단행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쿠에바스는 지난 2019년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올 시즌까지 4시즌 통산 82경기서 33승 23패 평균자책점 3.89(486⅓이닝 210자책)를 마크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 및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최고의 역투를 펼치며 첫 통합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결국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호투도 추억으로 남긴 채 이별할 수밖에 없다. KT는 올 시즌 17승 21패를 올리며 리그 8위에 자리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 그 중에서도 팀 내 1선발을 맡고 있는 쿠에바스의 복귀가 절실하다. 하지만 복귀가 여의치 않다면, 최대한 빨리 교체 카드를 꺼내드는 게 마땅하다고도 할 수 있다. 과연 KT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