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줬던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2)가 한국을 떠나며 팀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쿠에바스는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형제 한 명이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KT는 18일 오전 팔꿈치 부상을 당한 쿠에바스 대신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을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9년부터 3시즌 넘게 활약했던 쿠에바스는 KBO리그 무대를 떠나게 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올 시즌까지 33승23패 평균자책점 3.89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부친상의 아픔을 겪고 돌아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에도 개막전 선발로 낙점될만큼 이강철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쿠에바스는 2경기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쿠에바스를 비롯해 주축 선수 여럿이 이탈한 KT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이지 못하고 8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쿠에바스의 부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KT는 결국 결단을 내릴수 밖에 없었다.
이날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과 만난 쿠에바스는 "모든 분들이 항상 가족과 같다"면서 "이 팀의 문화가 분위기가 정말 좋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가 18일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회 클리닝 타임 때 1루 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T 제공) © 뉴스1
그는 또 "시즌이 시작된 지 5~6주밖에 되지 않았으니 기죽지 말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줬으면 한다"면서 "그 분위기가 작년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다"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팀원들도 쿠에바스와의 이별을 슬퍼했다. 주장 박경수는 "쿠에바스는 그동안 잘 해줬다"면서 "마지막까지 잘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동료 데스파이네도 "모두가 슬픈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4년간 함께 가족같이 지내며 우승을 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정말 슬프다"고 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이강철 감독도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안타깝고 미안하다"면서 "건강하기만 하다면 내년에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KT 구단 역시 마지막까지 쿠에바스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했다. 이날 5회 경기가 끝난 뒤 클리닝타임 때는 쿠에바스가 1루쪽 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아내, 아들과 함께 단상에 오른 쿠에바스는 "4년간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면서 "어디에 있든 여러분을 쿠에바스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겠다. 영원한 작별이 아니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