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도 있지만, 투수 쪽도 좋은 선수가 많다. 안우진, 정우영...."
이정후(24)와 안우진(23·이상 키움)을 보기 위해 KBO리그 구장을 찾은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뜬금없이 정우영(23·LG)의 이름을 꺼냈다. 최근 정우영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기사도 봤다던 이 스카우트는 투심 패스트볼(투심) '원툴' 정우영이 왜 매력적인지를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정우영의 투심은 굉장히 샤프하게 떨어지는데 휘는 무브먼트도 크다. 여기에 구속까지 시속 94마일(약 151km)이 나온다. KBO리그에서는 이 정도의 공을 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에 입단한 정우영은 첫 시즌부터 팀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았다. 통산 220경기 16승 13패 78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85. 이 모든 성적은 투심 하나로 이뤄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프로 첫 해에는 투심뿐 아니라 슬라이더,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다. 차츰 투심 구사율을 늘리기 시작하더니(스탯티즈 기준 2019년 63.1%→2020년 76.7%→2021년 87.6%) 올해는 96%까지 됐다. 그런데 2019년부터 평균자책점이 3.72→3.12→2.22→1.59로 성적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기라성 같은 KBO리그 타자들이 정우영의 투심을 알고도 못 친다는 뜻이다.
빨라진 투심 구속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데뷔 초에는 스탯티즈 기준 평균 시속 143㎞에 달하던 구속이 매년 올라 151.7㎞까지 나온다. 올해 5월 잠실 KIA전에서는 최고 157㎞까지 찍혀 놀라움을 안겼다.
정우영의 투심을 인정한 것은 스카우트들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극찬했다. 18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정우영은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우리 선수들(케이시 켈리, 애덤 플럿코)이나 케빈 크론(SSG)을 비롯해 상대팀 외국인 타자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있다.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 있었던 플럿코는 '슬라이더 하나만 바깥쪽으로 보여줘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중간 투수로 통할 것 같다'고 해줬다. 상대 외국인 타자들도 내게 '투심 하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정도로 좋다'고 얘기해줬다"고 미소 지었다.LG 관계자에 따르면 풀타임 3시즌을 채운 정우영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고 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2025시즌 후다. 군대를 가게 된다면 자연스레 진출은 늦어진다. 아직 불투명한 것 투성이지만, 정우영은 그 시간을 성장을 위한 기간으로 여겼다.
정우영은 "원래 일본야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1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 위주로 영상을 보는데 뉴욕 메츠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28)가 정말 좋아 보였다. 그 선수도 투 피치(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라 그런가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을 위해 제일 우선 과제는 제2구종 장착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최근 미국에서 투수들의 투심 장착이 보편화됐어도 (투심을 던지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를 보긴 힘들다. 생소함을 무기로 어떻게 승부하는지 봐야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투심이 익숙한 구종인 것도 사실이어서 정우영에게도 두 번째 구종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점은 선수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정우영은 "나 역시 4년간 투심 하나로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벌고 투심을 던져 맞춰 잡으려 하는데 그러다 보니 2스트라이크 0볼에서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도 내게 '슬라이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나도 완성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정우영에게 투심 외에 다른 공도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의 공만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도중 구종에 변화를 주긴 쉽지 않다. 더욱이 그는 1위를 노리는 LG의 필승조다. 정우영은 "다른 구종을 간간이 연습은 하고 있지만, 시합 중에 쓰긴 아직 부족하다. 대신 투심을 상하로 던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슬라이더 비율을 늘리려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체인지업 계열의 떨어지는 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즌이 끝나고 연습해보려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몇 년 새 구속이 오르다 보니 메이저리그 쪽에서 관심도 가져주시는 것 같은데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먼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