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으로 옮긴 송민규 제외하면
20억원 넘는 선수 찾기 힘들어
이적료 재투자 선순환 가로막아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K리그는 몇 년 새 축구판 인력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선수들의 탁월한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선수들을 지킬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지 못해 2~3배의 연봉을 베팅하는 중동과 일본, 중국 등에 내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이로운 골 사냥을 벌이고 있는 무고사(30·인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K리그1 득점 1위인 그는 지난 25일 서울 원정(1-1 무)을 마친 뒤 사실상 일본 J리그1 꼴찌 비셀 고베 이적을 시인했다.
무고사의 이번 이적에서는 저렴한 몸값이 더욱 눈길을 끈다. 득점왕 페이스를 내달리는 선수가 고작 100만달러(약 13억원)에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2019년 중국 허베이 화샤로 떠났던 2018년 득점왕 말컹과 2020년 일본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한 2019년 득점왕 타카트가 각각 500만달러(약 65억원)와 300만달러(약 39억원·이상 추정치)의 이적료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된다.
무고사는 반짝 활약을 펼친 선수도 아니었다. K리그에 발을 내디딘 2018년 이래 그보다 많은 득점(68골)을 기록한 선수는 없을 정도로 꾸준히 득점을 기록했다. 물론 앞선 두 득점왕과 달리 무고사는 바이아웃(선수 의사로 이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 옵션을 활용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에이전시는 “무고사가 지난해 코로나19로 9골에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바이아웃이 책정된 것으로 안다”며 “올해 같은 활약이라면 더 높은 금액을 제안받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에서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득점왕을 제외하면 K리거의 전반적인 몸값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전북 현대로 이적한 송민규(사진)를 빼면 이적료가 20억원을 넘는 선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이적료를 허락하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러다보니 선수 몸값의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는 바이아웃도 1부 주전급은 100만달러, 2부는 50만달러(약 6억5000만원) 선으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선수들의 전반적인 몸값 하락은 더욱 손쉽게 새로운 무대를 찾아갈 수 있는 발판인 동시에 이적료 수익을 재투자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선순환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유스시스템에 투자해 아시아 무대에서 버텼던 K리그로선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