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의 좌완 불펜 자원인 조 맨틀플라이(30)는 최근 개인 경력에서 잊을 수 없는 소식 하나를 접했다. 바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는 감격의 메시지였다.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라 더 그랬다. 전형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가 아니었다. 맨트플라이는 고교 졸업 이후 뉴욕 양키스의 48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이를 택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했다. 2012년 드래프트에서는 필라델피아의 28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역시 재수를 선택했고, 2013년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의 27라운드에서 호명됐다. 지명 순위를 보듯,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대졸임에도 데뷔는 2016년에나 이뤄졌고, 그것도 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2016년 이후에는 방출의 쓴맛을 봤다.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역시 1년 만에 방출됐고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2018년에는 팔꿈치 인대재건수술을 받아 장기간 재활해야 했다. 2019년 양키스와 다시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상은 미비했다.
2016년 데뷔 후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 10경기 출전에 그치며 항상 방출을 걱정해야 했던 맨트플라이는 2021년 전환점을 맞이한다. 지난해 57경기에 나가 39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한 것이다. 팀 좌완 불펜의 핵심으로 맞이한 올해는 전반기 39경기에 나가 1승2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하며 경력 최고의 흐름을 만들어낸 끝에 올스타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애리조나는 타 구단에 비해 프랜차이즈 역사가 짧다. 맨티플라이는 애리조나 프랜차이즈 역사상 불펜투수로 올스타에 선정된 세 번째 투수가 됐다. 그런데 애리조나는 구단 게임노트를 통해 맨티플라이의 올스타 선정을 알리면서 김병현(43)의 추억을 꺼내들었다. 맨티플라이의 올스타 선정이 김병현의 추억을 끄집어낼 만한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구단 역사상 불펜투수로 첫 올스타가 된 선수가 바로 김병현이었다. 애리조나는 김병현이 2002년 올스타가 선정돼 이 부문에서 구단 최초의 선수라고 소개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김병현은 199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로서는 미국인들 눈에 독특한 투구폼인데, 엄청나게 빠른 공을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김병현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세 시즌 동안 164경기에 나가 196이닝을 던지며 34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애리조나 불펜의 핵심으로 우뚝 섰다. 2001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02년은 절정이었다. 팀의 클로저로 자리매김한 김병현은 2002년 전반기 41경기에서 3승1패22세이브 평균자책점 2.34의 뛰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올스타까지 선정됐다. 후반기에도 그 기세를 잘 이어 간 김병현은 2002년 72경기에서 3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하며 개인 경력 최고의 시즌을 써내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