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중위권에 안착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 토리노가 부진한 선수 영입에 이어 핵심 인사들의 몸싸움 영상이 유출되면서 여러모로 큰 우려를 받고 있다.
토리노가 최근 화제를 모은 건 이반 유리치 감독과 다비데 바냐니 단장이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처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마르코 펠레그리 팀 매니저가 둘 사이를 떼어놓지 않았다면 싸움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벌어진 싸움을 근처 난간 뒤에서 몰래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을 유출한 게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의혹이 일파만파 퍼졌다. 특히 잘 들리지 않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화제였는데, 바냐티 단장이 "너를 그 XXX로부터 지켜준 건 나밖에 없어!"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 않는 인명은 우르바노 카이로 토리노 회장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카이로 회장은 구단 경영과 선수 영입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성향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카이로 회장의 행보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수비수 글레이송 브레메르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며 4,100만 유로(약 545억 원)나 되는 수입을 벌어들였으며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는 계약만료로 떠났다. 주전급이었던 미드필더 톰마소 포베가, 조십 브레칼로, 데니스 프라에트의 임대복귀까지 겹쳐 전력에 큰 구멍이 난 상태다.
전력 공백이 큰 가운데, 이탈리아 대표 미드필더 사무엘레 리치와 유망주 공격수 피에트로 펠레그리 등을 영입하긴 했지만 떠난 선수들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설령 이적시장 막판에 뒤늦게 몇 선수를 추가 영입한다 해도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선수단 구성이 성에 차지 않자 유리치 감독이 단장에게 이 점을 따지고 들었고, 단장은 중간에 낀 처지임을 토로했다는 짐작이 널리 퍼져 있다. 진위와는 별개로 카이로 회장이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다 보니 대두되는 가설이다.
바냐티 단장의 항변을 들은 유리치 감독은 냉소적인 태도로 "그 사람은 널 없애버리고 싶어 할 뿐이야. 내게 가까이 오지 말고 꺼져버려"라고 답변한 듯 들린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각도와 위치로 볼 때 아무래도 선수가 찍은 것 같다며, 최소한 구단 내부자가 유출한 것이 분명하다는 짐작도 힘을 얻었다. 이는 내분의 조짐을 의미한다.
바냐티 단장은 영상이 유출된 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를 통해 "대화를 한 건 맞다. 보셨다시피 그리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정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런 일도 있기 마련"이라며 "해야 할 말을 한 뒤에는 화해했다. 우리 둘 다 정직하고 면전에서 이야기하는 성격이다. 오히려 그 대화 덕분에 건설적인 방향으로 일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며 별 일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감독은 신속한 선수 영입을 원하는 게 당연하고, 구단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최선을 다한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구해 줄 것이다"라며 선수 수급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