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가 최고야, 없으면 자동문이라니까”
한 할아버지가 경기장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김민재(나폴리)를 향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전에 해외파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사실상 최종 모의고사나 다름없다.
경기를 4시간 정도 앞둔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아직 경기까지 시간이 꽤 많았지만 가지각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리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 역시 경기장 앞 FC서울 팬 카페에 짐을 풀고 미디어 게이트가 오픈 되기를 기다렸다.
먼저 도착한 기자들은 편의점 앞에 모여 이날 선발 라인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김민재의 최근 활약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할아버지가 불쑥 나타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곤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보다 김민재가 낫다며 김민재를 극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할아버지는 “손흥민보다 김민재야. 김민재 뛰는 것 보면 굉장해. 손흥민이 없어도 김민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니까. 김민재가 없으면 자동문이야 자동문. 이태리에서 그렇게 잘 하고 있잖아”라며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일 수 있어. 4년 뒤엔 34살이잖아. 은퇴 준비해야지. 김민재가 최고야”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곤 전날 있었던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평가했다. 할아버지는 “어제 우즈베키스탄이랑 비기던데 더 잘해야지. 그러면 안 된다. 잘 못하더라. 오늘 여기서 열리는 카메룬전은 무조건 이겨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작스러운 열변에 기자들은 당황했다. 보통 젊은 축구팬들이 현 대표팀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기자들 사이에 끼어들어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며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대표팀의 인기가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김민재는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최고의 스타다. 전북현대, 베이징 궈안, 페네르바체를 거친 김민재는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아시아 선수가 세리에A 무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개막전부터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적한 지 긴 시간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이미 나폴리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곧 열릴 카메룬전에서 김민재는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아버지의 말처럼 김민재는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수트라이커’ 능력까지 지닌 탈아시아급 수비수 김민재는 대표팀이 본선에서 내세울 최종 병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