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이강인(마요르카) 출전을 향한 과도한 관심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이강인을 아끼면서도, 주장으로서 팀 전체를 헤아리는 깊은 마음을 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랭킹 28위)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38위)과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와 2-2로 비겼던 한국은 9월 A매치 2경기를 1승1무로 마쳤다.
경기 외적으로, 이날도 이강인은 큰 관심을 받았다. 이강인은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1년6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이날도 교체 명단에만 이름을 올리고 끝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이강인"을 연호하며 출전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잠시 입술을 깨문 뒤 "(이)강인이는 좋은 선수다. 얼마나 경기에 나서고 싶을지 잘 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면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손흥민은 "물론 나 역시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경기에 나서는 걸 봤으면 좋았겠지만 (벤투)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좋은 재능을 갖춘 이강인의 출전이 불발된 건 아쉽지만, 그것이 팀 전체 사기와 분위기를 깬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오늘 (이)강인이만 경기에 못 뛴 게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고 있는 선수들도 다 대표팀에 뛰려고 왔다. 모두 얼마나 실망스러웠겠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강인이에게만 집중되는 건 팀은 물론 강인이 본인에게도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사실 손흥민은 이와 같은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한때 손흥민도 '유망주' 시절엔 과도한 관심으로 이강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었다.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초반 소집은 됐지만 선배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다. 당시 많은 팬들 역시 유럽에서 뛰는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나도 지금의 이강인과 비슷한 경험을 해 봤다. 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담담하게 생각을 전했다.
이어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MVP로 선정될 만큼 좋은 활약을 펼친 또 다른 동료 김민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활짝 웃으며 "김민재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나폴리에서 잘 하고 있고, 그 자신감이 그대로 경기장에서 나오는 걸 보니 뿌듯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공격수들이 주로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수비수가 받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전 국내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이제 손흥민은 소속 팀 토트넘으로 돌아가 일정을 소화하다 11월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로 곧바로 합류한다.
손흥민은 "출정식과도 같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은 분명 칭찬받아야 한다"고 오늘 경기에 대한 의미를 뒀다.
이어 "득점 장면은 나보다 (김)진수와 (황)희찬이가 잘 만들었다. 공이 순간적으로 왔는데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골이 된 것 같다. 앞에 수비수가 있길래 그것만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골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