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 죽겠다.” 김진유를 이야기하자 김승기 감독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띄었다.
19일 고양 캐롯과 수원 KT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고양체육관.
경기 전 만난 김승기 감독은 김진유에 관한 질문에 “너무 예뻐 죽겠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죽기살기로 한다. 긴장을 놓는 법이 없다. 궂은일을 잘하는 선수는 맞았지만, 실수가 많았다. 이제는 실수가 사라졌다”며 김진유를 칭찬했다.
김승기 감독이 김진유를 예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KT전에서도 나왔다.
캐롯이 끌려가던 시점에 나온 김진유는 이날 25분 23초를 뛰며 무득점을 기록했다. 쫓아가기 위해 득점이 필요한 팀에 무득점 선수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김진유는 스틸 3개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힘을 냈다. 공격이 아닌 악착같은 수비로 분위기를 바꾸며 추격을 이끌었다.
리바운드 5개를 기록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하윤기, 아노시케 등이 있는 KT에 비해 골밑이 열세였던 캐롯은 경기 내내 리바운드 싸움에서 고전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김진유는 리바운드를 5개나 잡아냈다. 최현민, 디드릭 로슨에 이은 팀 내 3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소리 없이 강했던 김진유는 경기 막판 영웅이 될 수 있었다.
70-70 동점 상황에서 맞은 캐롯의 공격. 김강선이 종료 14초를 남기고 3점을 시도했으나 림을 빗나갔다. 리바운드를 내주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 김진유가 은노코와 양홍석을 제치고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하지만 김진유가 얻어낸 세컨 찬스는 전성현의 슛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KT가 한희원의 극적인 버저비터로 승리하며 캐롯은 시즌 4번째 패배를 떠안았다.
김승기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김)진유가 마지막에 리바운드를 잡았을 때 남은 시간을 다 쓰더라도 밖으로 나왔어야 한다. 그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서 아쉽다. 진유도 앞으로 상황과 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된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6년 데뷔한 김진유는 그동안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올 시즌 15분 넘게 뛰며 프로 2년차 이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악착 같은 수비와 궂은일로 김승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진유가 캐롯의 핵심 식스맨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