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기다. 온 힘을 다해, 오래도록 개막전을 준비했건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사령탑의 표정은 그야말로 사색이었다.
21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1시, 카타르 알 코르에 위치한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대망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이 킥오프했다. 개최국 카타르와 남아메리카에서 온 에콰도르가 맞붙었다. 경기 결과는 2-0, 에콰도르의 완승이었다. 주장 에네르 발렌시아가 이름값을 하는 멀티골(전반 16·31분)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펠리스 산체스 카타르 감독은 2017년부터 카타르를 지도했다. 햇수로는 6년째 카타르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를 이리저리 훑어봐도 펠릭스 산체스 감독만큼 국가대표 재임 커리어가 긴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성과를 냈던 것도 사실이다.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꺾고 올라가더니 막판엔 일본까지 잡고 기어이 우승에 성공했다. 조직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꿈꿔왔을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카타르는 에콰도르를 상대하며 경기 내내 혼쭐이 났다.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에콰도르보다는 한 수 아래인 것처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을 연거푸 잡았던 카타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펠릭스 산체스 감독은 사색이었다. 경기 중 카메라에 잡힌 그의 얼굴은 사태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다. 힘겹게 교체 카드를 발동했지만 경기를 뒤집을 실마리를 찾진 못했다. 아시안컵과 달리 월드컵에서 한계를 느낀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었다.
카타르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거액을 들여 중동 역사상 첫 번째 월드컵을 준비했다. 때문에 에콰도르와 치르는 본선 첫 경기에서 되도록 승리를 거둬야 했는데, 기대나 분위기와 달리 카타르는 완전히 무너졌다. 옛날 그저 그랬던 중동 국가대표팀 중 하나로 돌아간 듯했다. 펠릭스 산체스 감독은 다가오는 2경기에서 카타르 전체가 형성하는 거대한 압박감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전 참패는 모든 계획을 헝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