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장기 구상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손해다.
LG 트윈스는 21일 FA 포수 박동원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조건은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45억원)이다. 인센티브는 없는 전액 보장 계약이다. 박동원의 LG행은 유강남의 이적으로 인한 연쇄 이동이다. 포수 보강이 시급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빠르게 움직여 유강남 영입에 '올인'했고, 주전 포수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 LG가 박동원을 붙잡았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는 난감하다. KIA는 올해 4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박동원을 영입했다. 그가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서 데려갔다. KIA는 박동원을 데려오는 대신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그리고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줬다. 특히 신인 지명권까지 내주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KIA도 늘 포수 포지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상황에서, 타격 펀치력까지 갖추고 있는 박동원을 데리고 오기 위해 나름 승부수를 띄운 셈이었다. 그리고 박동원을 영입해 5강 싸움을 하면서, 포수 포지션에도 큰 출혈 없이 시즌을 마쳤기에 성공적인 트레이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예비 FA인 박동원을 영입한 것은, KIA 입장에서는 내년과 그 다음까지도 내다본 계산이었다. KIA가 박동원의 FA 신청 전에 다년 계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문까지도 파다하게 퍼졌었다. 그러나 협상은 삐걱거렸다. 박동원과 KIA의 협상이 사실상 어그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 염경엽 감독 체제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LG가 박동원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동원은 LG행을 택했다.
연봉으로 가치 평가를 받는 프로에서 KIA가 아닌 LG를 택한 박동원의 선택이 부당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KIA 입장에서는 빈 손으로 끝난 계획이 허무하기만 하다. 오히려 박동원의 '몸값'을 올려준 셈이 돼버렸다. KIA는 최근 부랴부랴 키움과 다시 트레이드를 단행해 포수 주효상을 영입했는데, 이번에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박동원과의 결별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주효상은 현 시점에서 박동원과의 가치 비교에서 열세다. 결국 KIA가 확실한 주전 포수도 만들지 못하고 2라운드 지명권 2장을 내준 것은 아쉽기만 하다. KIA는 또다른 포수 김민식을 이미 시즌 초반 트레이드를 통해 SSG 랜더스에 보낸 상태다.
활발한 트레이드는 리그 선순환을 위해 분명히 환영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박동원과 KIA의 사례처럼 처음 계획과 다른 결과 역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 광주 홈 구장에서 있었던 내년 신인 소개 자리에서 '2라운드 신인' 자리에 팬들에게 인사하던 박동원의 모습은 이제 '웃픈' 추억으로 남았다. 출혈이 큰 KIA는 계획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