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26)이 설날 연휴 기간 화제를 뿌렸다.
황희찬은 22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2-2023 EPL 21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출전해 전반전 45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팀은 0-3으로 패했지만 경기력과는 상관없이 황희찬은 그라운드에 입고 나온 재킷을 통해 시선을 끌었다.
울버햄프턴은 중국 푸싱그룹이 주인이다. 자연스레 구단 운영 과정에서 종종 구단주의 입김이 들어가고 중국색이 드러나기도 한다.
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앞두고는 한국의 설날, 중국의 춘절에 맞춰 토끼 그림이 그려진 재킷이 선수단에 지급됐다.
그라운드에 도열한 울버햄튼 선수들은 등에는 한자 이름과 중국어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홀로 '한글' 이름이 선명히 적힌 재킷을 입고 있었다.
황희찬은 이를 개인 인스타그램을 올리며 '한글'이라는 메시지와 사진을 게재하고, 구단이 '차이니즈 뉴 이어'라며 중국 춘절에 초점 둔 것과 달리 한국인의 자존심을 지켰다.최근 설날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묘한 신경전 속에서 황희찬이 한국 국가대표의 자긍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황희찬의 이런 '마이웨이'는 자신의 축구 인생 전체와도 궤를 같이 한다.
황희찬은 프로 데뷔 후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뚝심으로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는 위치에 서있다.
오스트리아 리그를 평정하고 독일 분데스리가 신흥 강호 RB 라히프치히로 이적한 2020년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듬해 울버햄프턴 임대, 그리고 이후 완전 이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지난 시즌 30경기 5골 1도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신분도 임대생에서 완전 이적 선수로 순식간에 격상됐다. 자신의 기량을 믿었고 기회를 준 구단에 멋진 플레이로 보답했다. 올 시즌 아직 마수걸이 득점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지만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황희찬은 쓰러져도 금세 일어서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과 무리한 플레이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큰 경기에서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후반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자 키커를 자청했고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한국은 혈투 끝에 준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황희찬은 이후 일본과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득점으로 금메달에 기여했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연장 전반 헤더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연장 후반 한골을 실점해 2-1로 쫓기게 된 점을 감안하면 황희찬의 골이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황희찬은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했지만 무조건 이겨야만 했던 마지막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후반 교체투입돼 한국을 16강으로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득점 과정도 황희찬처럼 우직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포르투갈 진영을 향해 볼을 몰고 쇄도하던 상황에서 황희찬은 반대편에서 뒤를 따라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포르투갈의 오프 사이드 라인을 허물었고 손흥민의 근사한 패스를 완벽한 슈팅으로 마무리하고 한국에 16강 티켓을 안겼다.카타르 월드컵 직후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총 3개 기관(마포어르신돌봄통합센터,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은평어르신돌봄통합센터)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총 6개 기관(달마학교, 구립상계숲속지역아동센터, 염광지역아동센터, 산지역아동센터 등)에 총 3000만원 상당의 방한 패딩 200여벌을 후원하는 기부로 큰 박수를 받았다.
또 김민재, 백승호, 황인 등 1996년생 국가대표들과 함께 두 곳에 각각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을 기부했는데 황희찬 누나 황희정씨가 대표자로 나서 태극전사들의 이웃 사랑을 알렸다.
2023년 새해에도 황희찬은 멈추지 않는다. 강등권 추락 위기에 몰린 소속팀 울버햄튼은 물론 새 사령탑을 맞이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황희찬의 힘찬 질주와 '직진'이 필요하다.
'황소'의 우직하고 힘 넘치는 직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