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서 저를 많이 생각해주신 것 같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33)이 은퇴 위기를 탈출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지만 결국 초봄이 오기 전,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NC는 27일, FA 권희동과 계약기간 1년, 최대 1억 2500만원(연봉 9000만원, 옵션 35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투수 정찬헌, 강리호와 함께 미계약 선수였던 권희동도 극적으로 FA 미아와 은퇴 위기를 탈출하게 됐다.
NC 임선남 단장은 “창단 초기부터 함께해 온 권희동 선수와 재계약을 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출루 능력과 장타력을 갖춘 우타 자원으로 외야 뎁스의 강화뿐 아니라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라며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권희동은 NC의 1군 진입부터 함께한 사실상의 창단 멤버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NC에 입단했다. 입단 이후 10시즌 동안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에 윤활유를 끼얹어준 소금 같은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21년 원정 숙소 방역 수칙 위반 사건의 일원 중 한 명이었고 지난해 KBO와 구단의 징계를 받고 돌아온 뒤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82경기 타율 2할2푼7리(238타수 54안타) 5홈런 22타점 30득점 OPS .654의 성적에 그쳤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FA 신청을 했지만 원 소속팀 NC는 물론 다른 구단들에게 외면을 받았고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치닫는 시점까지 계약을 못했다. 한화 등 외야수가 부족한 구단과 얘기가 오가는 듯 했지만 무산됐고 결국 원 소속 구단 NC에서 다시 손을 내밀면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계약 발표 직후 OSEN과 연락이 닿아 소회를 털어놓은 권희동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돼서 기쁘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배운 시간들이었다. 나 자신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라면서 "계약이 늦어지면서 '선수 생활이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계속 훈련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라고 길었던 겨울을 설명했다.
사실 NC는 당초 권희동과 사인 앤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명기와 계약할 의사가 없었다. 사인 앤 트레이드에도 문을 열어놨지만 조건들이 맞지 않으며 무적의 시간이 길어졌다.
데뷔를 하고 10년 동안 정을 쌓은 구단이지만 비즈니스에서는 냉정하게 돌아서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NC는 다시 권희동에게 손을 내밀었다. 권희동은 "시장 자체가 이렇게 돌아가게 되면서 저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결국 NC에서 저를 많이 생각해주셨다. 서운한 감정은 없다"라면서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3~4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에 힘쓴 에이전시에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예전부터 저보다 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제가 더 열심히 한 번 잘해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권희동은 인터뷰 내내 '이제 내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계약 조건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을 위해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뎌준 이들을 위해 보답을 하고 다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데뷔팀 NC를 향해서 보은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 와서 계약 조건을 따진다기 보다는 이제 제가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진짜 잘 할 수밖에 없다. 창원에서 개인 훈련을 했지만 이제 더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아내가 옆에서 함께 마음을 써주고 고생했다. 아내가 잘 견뎌준 것 같아서 고맙다. 너무 고마운 분들이 많다. 이제 야구장에서 보답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제가 잘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희동은 계약과 함께 28일부터 C팀(퓨처스팀) 훈련에 곧장 참가한다. 그는 "유니폼도 다시 받고 빨리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들이 많다"라면서 "제가 빨리 마음을 잡고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 이제 제가 하기 나름이다. 더 밝게 하면서 팀으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