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야수 미계약 FA 권희동(33)이 원 소속팀 NC 다이노스에 잔류했다.
NC는 27일 오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외야수 권희동과 계약기간 1년, 최대 1억 2500만원(연봉 9000만원, 옵션 3500만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권희동은 NC가 1군 리그에 처음 참가한 2013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NC에 입단했다. 올해까지 정규리그(1군) 통산 857경기에서 645안타, 81홈런, 381타점, 타율 0.259, 출루율 0.353을 기록 중이다.
권희동이나, NC 모두 예정에 없던 계약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권희동과 이명기에게 당시 NC 강인권 감독은 "시장 상황을 잘 살펴보고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8명의 FA 자격 선수가 한꺼번에 몰린 팀 상황을 고려한 조언이었다.
FA 신청은 곧 소속팀 NC와의 결별을 의미했다.
실제 권희동 이명기가 FA 신청을 하자 계약할 여력이 없던 NC는 발 빠르게 대안 찾기에 나섰다. 퓨처스리그 FA 시장에서 외야수 한석현을 영입하며 공백에 대비했다. 원 소속팀 잔류라는 최후의 보루는 자연스레 막혔다.
하지만 베테랑 외야수에게 시장 상황은 유리하지 않게 돌아갔다.
1990년생이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 코너는 물론 중견수까지 가능한 수비능력, 일발 장타력에 클러치 능력 등 고른 장점이 딱 하나에 발목을 잡혔다.
B등급이란 족쇄였다.
코로나19 정국 속 2022년 연봉이 1억1000만원으로 크게 깎인 권희동은 당초 보상선수가 없어 이적이 수월한 C등급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나올 때 그에게 붙은 꼬리표는 B등급이었다. NC는 사인 앤 트레이드까지 고려하겠다며 권희동의 이적을 적극 돕고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오퍼는 없었다. 한화 이글스가 잠시 이명기와 권희동을 놓고 내부적으로 저울질을 했지만 뜨거운 구애는 아니었다.
만약 권희동의 바람대로 C등급 FA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기존 외야진에 공백이 생겼을 때 권희동 만큼 티 안나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외야수도 시장에 흔치 않다. 대타 요원으로도 훌륭한 카드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B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이적 길이 막히고 말았다.안타까워하던 NC는 이명기가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하자 권희동과의 계약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둘은 부담되지만 하나는 잔류시킬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권희동이 백의종군 계약을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원 소속팀 NC로선 경험 풍부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저렴한 가격에 백업 요원으로 확보하게 된 셈. 한석현 김성욱 등 도약을 노리는 중참급 선수들의 의욕저하만 막는다면 다양한 선택지를 얻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은 "창단 초기부터 함께해 온 권희동 선수와 재계약을 하게 돼 기쁘다. 출루 능력과 장타력을 갖춘 우타 자원으로 외야 뎁스의 강화뿐 아니라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권희동은 간절함 속에 활약을 예고했다.
그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기쁘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구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많은 생각을 했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크게 느꼈다. 힘들었지만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를 주신 NC에 감사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희동은 28일 부터 C팀(퓨처스팀)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