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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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 일본전에서 어김없이 욱일기가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진 10일 저녁 일본 도쿄돔. 외야 관중석 상단에 있던 한 일본 남성이 욱일기가 그려진 모자를 쓴 채 욱일기를 든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특별 시구를 하는 등의 행사가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대회 대회 조직위원회(WBCI)에 공식 항의했다. 앞서 KBO는 대회를 앞두고도 WBCI와 일본 라운드 조직위원회 측에 욱일기 응원 제지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욱일기는 또다시 등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도하는 올림픽이나 국제축구연맹(FIFA)가 개최하는 월드컵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문구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응원도 제재한다.
반면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주도하는 대회다. 욱일기 응원을 제재하는 특별한 조항이 없다. 일부 일본 매체는 한일전을 앞두고 “WBC에서 욱일기 응원은 문제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곧바로 WBC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서 교수는 이번 항의 메일에서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며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인 ‘전범기’다”고 설명했다.
또한 “욱일기 응원은 과거 일본이 범한 침략전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꼴이다”며 “아시아인들에게는 전쟁의 공포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행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를 인정한 FIFA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측 응원단이 펼친 욱일기 응원을 즉각 제지했다”며 “WBC도 욱일기 응원을 반드시 금지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번 항의 메일에서 WBC 측이 욱일기에 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욱일기에 관한 영상을 함께 첨부했다.
그는 “곧 외신 기자단에 이번 상황에 대한 자료를 보내 전 세계에 욱일기 응원의 문제점을 더 알려 나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서경덕 교수팀은 세계적인 기관 및 글로벌 기업에서 사용된 욱일기 문양을 지속적인 항의로 바꿔오는 등 전 세계 욱일기 퇴치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