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2년 만에 불명예 퇴출
단장 빠진 채 시즌 돌입하는 KIA, 실무 공백 우려비위 행위로 물러난 장정석 KIA 타이거즈 전 단장. 2022.1.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탄탄대로였던 야구인생이 한 번에 무너졌다.
지난 29일 야구계는 장정석(50) 전 KIA 타이거즈 단장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키움 히어로즈부터 시작해 KIA에서도 연을 이어간 박동원(LG 트윈스)이 장 전 단장의 비위 행위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면서부터다.
장 전 단장은 지난 시즌 도중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된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단장은 한 번이 아닌 최소 두 번 이상 박동원을 만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단장은 "농담조로 얘기한 것"이라면서 해명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지만, KIA 구단은 29일 오전 최준영 대표이사 주재로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전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KIA는 "구단은 즉시 사실 관계를 파악했으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는 정당화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곧바로 해임 조치했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장 전 단장은 취재진의 연락을 피한 채 아직 아무런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장 전 단장은 선수 출신으로 실무 최고위층인 단장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장 전 단장은 선수로서 빛을 보진 못했지만 현역 은퇴(2004년) 후 프런트로 변신해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2005년 현대 1군 기록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장 전 단장은 히어로즈로 팀이 바뀐 뒤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엔 히어로즈 감독으로 깜짝 선임돼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프런트 직원에게 지휘봉을 맡긴 파격 인사였다.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의 시선이 뒤따랐지만, 부임 2년차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고, 3년차에는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한 장 전 단장은 해설위원으로 직을 옮겨 견문을 넓혔고, 2021년 11월 조계현 단장의 후임으로 KIA 단장에 선임됐다. 이후 장 전 단장은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였던 나성범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데려오는 등 전력 보강을 진두지휘했고, KIA는 지난 시즌 4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장 전 단장의 야구인생은 새 시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충격적인 비위 행위가 폭로되면서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단장 부재 속 2023시즌을 맞이하게 된 KIA도 당분간 실무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즌 중에도 단장 및 프런트는 전력 보강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장 전 단장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외국인 선수 점검 차 미국 출장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작업이 '올 스톱'됐다. 빠른 시일 내 후임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인수인계 등 행정 처리 과정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프런트 수장을 잃은 KIA도 착잡한 마음으로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30일 오후엔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