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파일까. 김광현(35·SSG 랜더스)이 KBO리그 복귀 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김광현은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8피안타(1피홈런) 4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됐다. 2022년 3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 한 뒤 최소 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1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선두 타자 이원석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정은원 삼진, 노시환을 병살타 처리하며 이닝을 정리했다.
2회부터 김광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던진 132km/h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려 홈런을 허용했다. 이어서 오그레디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김태연을 땅볼 처리한 뒤 장운호, 최재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다. 오선진에게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준 김광현은 이원석에게 다시 볼넷을 주며 흔들렸고 정은원을 땅볼로 처리하며 어렵게 이닝을 마쳤다.
3회도 버거웠다. 노시환에게 2루타를 맞은 김광현은 채은성의 땅볼로 선행주자는 지우고 오그레디 뜬공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김태연, 장운호, 최재훈과 오선진에게 네 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이어서 이원석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고, 정은원의 파울 플라이로 겨우 잡아내며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3이닝 만에 70구를 던진 김광현은 4회 신인 송영진과 교체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h 언저리를 맴돌았고 4회에는 137km/h라는 믿기 힘든 구속이 스피드건에 찍혔다. 지난 3월 WBC 한일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 슬라이더가 140km/h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사이 구속이 크게 하락한 셈이다.
패스트볼 구속이 나오지 않아 변화구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지만 제구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스트라이크 비율이 60%를 넘지 못했다(스트라이크 41구, 58.6%). 볼넷도 4개 중 3개가 스트레이트 볼넷이었을 정도로 흔들렸다.
김광현의 이날 부진으로 시즌 평균자책점은 1.80에서 6.75로 치솟았다. 한미 통산 2000이닝을 돌파했지만 빛바랜 기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