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감독(47)은 선수 시절 ‘라이언 킹’으로 불렸다. 별명에서 드러나듯 이승엽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영원한 삼성맨일 것 같았던 이 감독은 지난해 말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두목곰’으로 변신한 그는 25∼27일 고향 대구에서 친정팀 삼성과 첫 맞대결을 벌인다. 삼성 사령탑은 동갑내기 친구인 박진만 감독(47)이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차지한 ‘국민 유격수’ 출신이다. 이런저런 인연이 얽힌 이번 3연전은 이번 시즌 초반 최대 빅매치 중 하나로 꼽힌다.
● 첫 대구 ‘원정’ 나서는 이승엽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8년(2004∼2011년)을 제외하고 201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삼성에서만 15시즌을 뛰었다. 삼성의 상징색인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467개의 홈런을 때렸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5차례(2002년, 2012∼2015년) 올랐다.
삼성의 안방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이 감독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선수 시절 그의 등번호 36번은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그가 선수 생활 대부분을 보낸 대구시민야구장과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안방 팀 삼성이 3루 쪽 더그아웃을 사용한다. 방문 팀으로 대구를 찾는 이 감독은 낯선 1루 쪽 더그아웃을 쓰게 된다. 정규시즌 개막 후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 대구를 찾는 이 감독은 23일 “모든 팀을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선수 시절을 보낸 삼성과 대구에서 경기할 때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 ‘절친’에서 ‘라이벌’로이 감독과 박 감독은 프로야구에서는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박 감독은 2005년 삼성으로 이적해 2010년까지 뛰면서 두 차례(2005년,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박 감독은 2011년 SK(현 SSG)로 팀을 옮겼고, 일본 생활을 정리한 이 감독은 이듬해인 2012년 삼성에 복귀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 한국 야구의 영광을 함께했다. 이 감독은 중심 타자, 박 감독은 주전 유격수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기여했다.
지도자 생활은 박 감독이 먼저 시작했다. 은퇴 후 삼성의 작전 코치와 2군 감독, 감독대행 등을 거쳤고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과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작년 말 감독이 됐다.● 후끈 달아오른 ‘라팍’이번 3연전은 두 감독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시리즈다. 시즌 개막 전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딛고 24일 현재 3위에 올라 있는 두산은 이번 시리즈를 선두권 싸움의 발판으로 삼을 태세다. 이번 3연전 뒤에는 1위를 달리고 있는 SSG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
반면 지난 주말 KIA에 스윕패(3연전 전패)를 당하며 9위로 추락한 삼성으로선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최하위 한화에도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서 자칫하면 꼴찌로 떨어질 수도 있다. 두 팀의 3연전 첫 경기에는 3년 차 오른손 영건들인 김동주(두산)와 이재희(삼성)가 나란히 선발 등판한다.
이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면 지금 입은 유니폼에 따라 두산의 승리만 생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 역시 “두산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할 것이다. 이승엽 감독과의 대결이 아닌 삼성과 두산의 경기”라면서도 “팬들께서 우리 둘의 대결을 재밌게 보시고, 이 경기가 KBO리그 흥행카드가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