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들어보이는 웨스트햄 선수들. /AFPBBNews=뉴스1결승골을 넣은 재로드 보웬(오른쪽). /AFPBBNews=뉴스1잉글랜드 웨스트햄이 유럽대항전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4위 부진을 털어낸 감격적인 우승이다.
웨스트햄은 8일(한국시간) 체코 프라하의 포르투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피오렌티나(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2-1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웨스트햄은 1999년 유럽축구연맹 인터토토컵 이후 24년 만에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사실 웨스트햄은 이번 대회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회 토너먼트에서 KAA헨트(벨기에), 알크마르(네덜란드) 등 만만치 않은 상대를 제압하더니 결승에선 '난적' 피오렌티나까지 잡아냈다. 반면 피오렌티나는 1961년 위너스컵 우승 이후 62년 만에 유럽 무대 정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주인공은 웨스트햄의 에이스 재로드 보웬이었다. 스코어 1-1로 팽팽하던 후반 45분, 순간적인 침투로 피오렌티나 수비벽을 허물어낸 뒤 침착하게 결승골을 뽑아냈다.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밀어 넣었다. 올 시즌 부진을 만회하는 감격의 결승골이기도 했다. 잉글랜드 국적의 보웬은 팀 에이스임에도 올 시즌 리그 38경기에 출전해 6골을 넣는데 그쳐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시즌 리그 12골 10도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꽤 심각한 부진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골을 터뜨려 웨스트햄 팬을 열광케했다.
이는 보웬뿐만이 아니다. 웨스트햄 팀 전체가 이뤄낸 '감동 드라마'이기도 했다. 올 시즌 웨스트햄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리그 14위(승점 40)에 머물렀다. 2부 리그로 떨어진 18위 레스터시티(승점 34)와 격차가 크지 않을 정도로 살얼음판 같은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우승을 통해 묵혀뒀던 설움을 한 번에 털어냈다. 모예스 감독도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남아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사실 모예스 감독에게도 의미 깊은 우승이 됐다. 잉글랜드 에버턴에서 좋은 지도력을 선보였던 모예스 감독은 이후 맨유로 팀을 옮겼으나, 큰 실패를 겪은 뒤 명장 반열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선덜랜드(잉글랜드),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등을 거친 뒤 2017년부터 웨스트햄 지휘봉을 잡았고, 6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데이비드 모예스 웨스트햄 감독. /AFPBBNews=뉴스1기뻐하는 웨스트햄 팬들. /AFPBBNews=뉴스1이날 웨스트햄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안토니오 원톱에 보웬, 루카스 파케타, 사이드 벤라마가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데클란 라이스와 토마스 수첵이 중원을 조율했다. 포백은 에메르송, 나이프 아구에르드, 커트 조우마, 블라미디르 쿠팔, 골키퍼는 알폰소 아레올라였다. 피오렌티나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크리스티안 쿠아메, 루카 요비치, 니콜라스 곤잘레스가 스리톱으로 출격했다. 이외에도 지아코모 보나벤투라, 롤란도 만드라고라, 소피앙 암라바트 등이 경기에 나섰다.
전반은 0-0이었다. 골은 없었지만 경기 분위기는 험악했다. 웨스트햄 팬들이 피오렌티나 선수들을 향해 물컵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과열된 양상 속에서 후반 17분, 웨스트햄이 선제골을 가져갔다. 상대 선수 핸드볼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벤라마가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피오렌티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22분 팀 미드필더 보나벤투라가 감각적인 발리 슈팅을 날려 동점골을 뽑아냈다. 상대 수비에 둘러쌓인 상황에서 강한 슈팅 대신 정확한 슈팅을 날렸는데, 이것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웨스트햄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종료 직전, 보웬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우승을 안겼다.
이날 유럽축구 통계매체 풋몹은 피오레티나 미드필더 보나벤투라에게 가장 높은 평점 8.2를 부여했다. 팀은 졌지만, 패스성공률 83%, 드리블 돌파 2회 등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기적의 주인공' 보웬의 평점은 7.5였다. 웨스트햄 선수 중에서는 브라질 미드필더 파케타의 평점이 8.0으로 가장 높았다.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보웬의 결승골을 도왔다.
우승컵을 끌어안은 웨스트햄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 /AFPBBNews=뉴스1